[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메기와 모란
2025년 새해가 되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소망을 담았을 것이다. 그 소망은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간절한 것이었을 테지만, 첫 번째 소망은 가족의 건강이 아닐까? 그렇다면 두 번째 소망은 무엇일까?
인간의 보편적인 소망은 누가 뭐래도 ‘건강과 부귀’일 것이다. 이 두 가지 소망을 모두 담은 전통 그림이 있다. 그런데 그 그림의 주인공 중 하나가 메기다. 민물고기 매운탕의 대표 재료인 바로 그 메기다.
어린 시절 메기는 마을 사람들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추수가 끝나고 들판 웅덩이의 물을 퍼낸 후 물고기를 잡을 때 메기 한두 마리를 잡는 날이면 횡재한 느낌이었다. 또한 저수지 축댓돌 틈 사이에 손을 넣어 미끄러운 메기를 잡는 것은 기술이 필요했다. 이렇게 메기를 잡은 날은 여느 때보다 밥상이 풍성했다.
메기의 비주얼은 호감형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통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다니 메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두 그림은 모두 메기와 모란이 주인공이다. 메기와 모란의 조합이 자연스럽지 않다. 화려한 모란꽃에는 벌과 나비가 제격인데 모란과 메기가 짝이 되었다니 어떤 뜻을 나타내는지 궁금하다.
먼저 모란은 부귀의 상징이다. 예부터 모란은 ‘꽃 중의 왕’이라고 하여 부귀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래서 두 그림의 제목에 모두 부귀(富貴)가 들어 있다.
다음은 메기의 의미를 살펴보자. 메기는 한자어로 점어(鮎魚)라고 하는데 중국어로 읽으면 ‘niányú’라고 한다. 이때 ‘nián’의 발음과 해 년(年)의 중국어 발음 ‘nián’이 같다. 즉, 메기를 그리고 연(年)으로 읽는다.
그리고 메기의 생김새가 길기 때문에 장점어(長鮎魚)라 쓰고, 장년(長年)으로 읽는다. 장년이란 장수의 의미와 같으니, 결국 메기는 장수를 상징한다. 그래서 메기와 모란을 그린 그림을 <장년부귀(長年富貴)>라고 한다.
오른쪽 그림은 메기가 두 마리다. 두 마리 메기는 연년(年年)으로 읽으니 ‘해마다’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메기 두 마리와 모란을 함께 그리면 ‘해마다 부귀해지다’라는 의미의 <연년부귀(年年富貴)>가 되는 것이다.
경제는 날로 어려워지고, 서민들의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하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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