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의 Eye-T] 다쏘시스템이 차기 ‘AI 플레이어’로 주목되는 이유
3차원 AI로 불리는 ‘물리 AI’, 가장 경험 많은 기업으로 꼽혀
버추얼 트윈서 분자 단위까지 가상으로 구현… 바이러스 등 성공 사례 다수
인공지능(AI)이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5년 전까지 AI를 취재했을 땐 대중의 관심이 적었지만, 지금은 카페나 식당에서도 AI 관련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 놀랄 때가 많다. 지금의 AI 돌풍을 이끈 주역은 2022년 11월 오픈AI가 출시한 챗GPT다. 생성형 AI 시대를 알린 AI로 불린다.
그렇다면, 생성형 AI에 이어 AI 전성기를 이끌어 갈 기술은 무엇일까? 현재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은 AI 에이전트와 물리 AI(피지컬 AI)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더 주목되는 기술은 물리 AI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신해 여러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를 뜻하는데, 그동안 AI 어시스턴트, AI 비서, AI 코파일럿 등 계속 언급돼 온 기술의 확장 개념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물리 AI는 다르다. 실제로 산업과 생활 전반에 변화를 불러올 기술로 풀이된다. 물리 AI는 AI가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상호 작용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동작하기 위해선 물리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AI를 두뇌로 탑재해야 하는데, 그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물리 AI다.
참고로 엔비디아는 물리 AI를 3차원 기술로 정의했다. 문자나 단어를 이해해 다음 토큰을 예측하는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이 1차원 모델이고, 이미지와 비디오 생성 모델이 2차원 모델이라면, 현재 물리적 상황을 이해하고 결과물을 내는 물리 AI는 3차원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지금의 AI 무대를 현실로 옮기는 역할도 한다. 지금 AI가 활약하는 무대는 PC나 스마트폰이다. 기기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물리 AI는 그 무대를 확장할 수 있다. 로봇이나 교통관제 시스템과 같은 여러 시스템에 AI가 탑재돼 더 자율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엔비디아는 수술실부터 데이터 센터, 창고, 공장, 스마트 시티 전체에 이르는 모든 것이 정적인 수동 운영 시스템에서 물리 AI로 구현된 자율적이고 상호 작용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물리 AI를 이끌어 갈 AI 플레이어는 누가 있을까? 여기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다쏘시스템이다.
◇ 물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 다쏘시스템
다쏘시스템은 3D 설계, 시뮬레이션 등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대표 솔루션으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등이 있다. 이 기업이 물리 분야 AI 플레이어로 꼽히는 이유는 이미 관련 솔루션을 제공한 경험이 많아서다.
물리 AI를 실현하기 위해선 3D를 인식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물리 법칙을 모방한 가상 세계에서 기술을 개선하고 테스트하며 최적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실제 물리 세계에서 로봇이나 다른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
다쏘시스템은 약 40년 전부터 물리 기반 기술 개발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왔다. 일례로 제조의 가장 기초 단계인 설계 업무를 3D로 진행해 설계 정확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40년 전부터 물리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뮬레이션하며 AI도 물리 기반으로 시작했다”면서 “물리 AI는 우리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물리 세계를 가장 잘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업도 다쏘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트윈보다 큰 개념인 버추얼 트윈을 제공하고 있다. 버추얼 트윈은 3D 기반 가상환경으로 모든 개체와 그 개체를 둘러싼 전체 환경을 시각화하고 시뮬레이션해 현실과 같은 공간을 가상에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언뜻 디지털 트윈과 비슷해 보이지만, 기술의 깊이는 다른다. 디지털 트윈은 특정 개체만 수학적으로 표현해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버추얼 트윈은 전체 환경을 가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버추얼 트윈에서는 재료의 분자 정보부터 공장 공급망까지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실제 물리 세계의 가장 미세한 정보부터 포괄적인 정보까지 모두 가상 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달로즈 CEO는 “일반적인 디지털 트윈은 생산공장만 시각화할 수 있는데 이는 솔루션 구현에 한계가 있다”면서 “실제 공장은 원재료부터 공급망, 물류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우리는 이 모든 정보를 버추얼 트윈에서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쏘시스템이 버추얼 트윈에서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달로즈 CEO에 따르면, 다쏘시스템은 텍스트,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가져와 모델링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재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자 단위까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다쏘시스템은 이러한 다양한 규모의 데이터를 아우를 수 있는 모델링 기술을 갖췄고, 그동안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한 경험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 등 버추얼 트윈 사업을 하는 기업은 많지만, 최하위 단인 재료의 분자 정보까진 물리 AI로 구현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 버추얼 트윈, 공기 흐름부터 바이러스 전파까지 이해
버추얼 트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의료 분야에선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이해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의 생루이 병원 AP-HP는 버추얼 트윈을 구축해 공기 순환 시뮬레이션 및 증강 현실 경험을 통해 바이러스의 호흡기 전파를 더 잘 이해하고 환자 치료를 최적화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이 병원과 협업해 매주 50명이 투석을 받는 개방형 공간인 생루이 병원 투석실의 버추얼 트윈을 만든 후 의사와 간호사가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를 통해 어떻게 순환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치료를 최적화하는 데 있어 환기와 마스크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욤 멜론(Guillaume Mellon) 생루이 병원 AP-HP의 감염 예방 및 관리팀장 겸 주치의는 “버추얼 트윈의 총체적 경험은 나의 기대를 뛰어넘었다”며 “의료진은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을 통해 호흡기 입자의 생성을 시각화하고 그 궤적을 따라가며 환자 간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버추얼 트윈에서는 공기 흐름이나 바이러스 전파까지 모두 가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 물리 세계의 공기까지도 가상에서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며 사업을 전개해 온 다쏘시스템에 있어 물리 AI는 신기술이 아니다. 이미 시행하고 있던 사업이 확장된 것이다.
달로즈 CEO는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를 대체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용자가 AI를 활용해 기능을 평가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하고자 한다”며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 기술 등 여러 솔루션도 지속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 강자 다쏘시스템이 펼치는 AI 세계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