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관광 스타트업과 손잡고 함께 뛴다
경상북도 경주시 ‘황리단길’, 대전광역시 ‘성심당’, 경상북도 김천시 ‘김밥축제’ 등 사람들로 하여금 각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핫플레이스(이하 '핫플')가 있다.
‘황리단길’은 주말이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거리가 붐비고, 성심당 매장 앞에는 긴 입장줄이 생긴다. 지난 10월 26일 개최됐던 ‘김밥축제’는 당초 김천시가 예상한 2만 명의 다섯 배인 10만 관광객이 찾아와 대성공을 거뒀다.
핫플을 즐긴 관광객들이 근방의 명소, 맛집을 둘러보다 숙박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황리단길 방문객의 29.1%는 수도권 거주자로 경주에서 1박 이상을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지 한 곳이 입소문을 타면 그 지역 전체가 관광객으로 북적이게 된다. 전국 지자체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핫플 또는 머물고 싶은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관광 스타트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거주용으로 사용하던 한옥을 멋스러운 한옥스테이로 탈바꿈시키거나 직장인들이 일하면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새로운 근무 제도)’ 근무지 개발에 한창이다. 가장 대표적인 행보는 지난 7월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배터리(BETTER里) 사업’ 이다. 배터리사업은 관광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인구감소 지역의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 영주시와 ‘지속 가능한 숙박’을 주제로 한 시범 운영에 뛰어들었던 관광벤처기업 ‘블랭크’와 ‘로이쿠’는 현재까지도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영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배터리사업은 충청북도 제천시, 단양시 그리고 경상북도 안동시, 봉화시로 활동 범위가 넓혀졌다. 참여 벤처기업도 8개사에서 20개사로 증가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충북 권역, 경북 권역으로 나누어 10개사씩 지역에 연계해 관광벤처사업이 지역의 관광 붐을 일으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과 봉화 지역과 연계된 관광벤처기업 중엔 ‘프라우들리’가 있다. 프라우들리는 한옥스테이 예약 플랫폼 ‘버틀러리’의 운영 기업으로, 플랫폼에 등록된 40여 채의 한옥스테이 숙소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 숙소를 운영하거나 위탁 관리하고 있다.
버틀러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는 숙소들은 전통가옥인 한옥의 전통 양식을 지키면서, 내부는 5성급 호텔에 비견될 정도로 현대적으로 리모델링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 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MZ 세대 내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버틀러리는 여유 있는 쉼을 찾는 관광객을 타겟으로 삼고 안동, 봉화 지역에 위치한 빈 한옥을 프리미엄 한옥스테이로 변신시키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버틀러리 이동우 대표는 “버틀러리는 한옥 소유주와 관광객을 이어주는 한옥스테이 전문플랫폼”이라며 “집주인에게는 수익을, 지역 사회에는 사회 경제적 활력을, 그리고 한국 전통 문화까지 계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틀러리는 배터리사업 뿐만 아니라 서울시와도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한옥 4.0 재창조 추진계획으로 설치한 북촌 마을 컨시어지 ‘북촌라운지’의 위탁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소유의 공공한옥 ‘서촌 스테이’의 운영도 위탁받아 지난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워케이션 사업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관광지를 중심으로 기존 휴가보다 체류 기간이 길고 다양한 소비 활동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이 지자체 입장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을 설립하고 워케이션 근무자를 위한 거점센터를 구축했다. 부산 곳곳 위성센터도 스타트업 기업에게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다. 영도 위성센터를 운영하는 워케이션 전문 스타트업 ‘스트리밍하우스’는 영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부산의 대표 서핑프랜차이즈 ‘서프홀릭’은 해운대구 워케이션 센터을 맡아 쾌적한 업무 공간을 만들고, 이용객들에게 다채로운 관광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스타트업 기업들의 창의적인 운영으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는 6개월만에 방문객이 5배 증가했고, 워케이션을 위해 부산을 찾은 사람들이 지출한 소비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핑으로 유명해진 강원도 양양군도 워케이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간 대여 스타트업 ’웨이브웍스’를 지원하고 있다. 죽도해변에 위치한 워케이션 센터 웨이브웍스 양양은 바다를 눈 앞에 두고 일할 수 있는 완벽한 사무 공간을 만들어 인기가 높다. 이곳을 방문한 한 이용객은 “바다를 바라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며 “조용한 곳에서 일하니까 더 집중도 잘 되는 것 같고 영감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웨이브웍스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인구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