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보형 사진기자, geenie44@gmail.com

"이 작품은 굉장히 귀한 시나리오였다. 요즘 대부분의 작품들이 굉장히 속도감 있고 장르적인 개성이 두드러지는, 타격감과 자극적인 게 많다. '대가족'은 그 와중에 굉장히 드문 시나리오였다. 오랜만에 소설 한 권을 읽은 느낌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쌀쌀해지는 날씨, 뜨끈한 만둣국처럼 포근한 가족 영화가 관객을 찾아온다. 연기파 김윤석과 이승기의 부자 케미, 영화 '변호인', '강철비'로 연출력을 입증한 양우석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코믹 가족극 '대가족'이다.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대가족' 제작보고회가 열려 양우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이 참석했다.

영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간 주로 무거운 이야기를 다뤘던 양우석 감독은 가벼우면서도 전 세대 공감을 불러일으킬 가족극을 선보인다. 양 감독은 "가족이라는 게 항상 행복하지는 않지 않나. 아픈 손가락이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부담스러운 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돌아갈 수 있는 존재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전까지는 딱딱하고 무거운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가볍지만 누구나 가져보셨던 갈등과 고민이 담긴다. 코믹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고민거리라서 그 얽히고설킨 걸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시면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극을 완벽하게 소화할 캐스팅까지 완성한 양우석 감독. 그는 "우리 작품이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만큼 가족처럼 편안함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너무 잘 나왔다. 다들 배려심이 많으셔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잘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윤석은 오랜만에 가족극으로 돌아온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만둣국 노포 맛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무옥' 역을 맡은 김윤석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시나리오를 꼽았다. 그는 "대본을 받았을 당시가 2~3년 전인데 팬데믹도 있었고, OTT 바람도 불고하면서 대부분의 작품들이 드라마와 캐릭터보다는 사건 속에 휘말려 가는 것에 기대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대가족'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다 읽어 보고 '우리 작품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면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만둣국만큼 따뜻한 작품이라 극장 나들이하러 가실 때 보기 좋을 것"이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김윤석은 수십 년 동안 서울 한복판에서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캐릭터를 위해 직접 만두 만드는 법을 전수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윤석은 "가장 힘들었던 건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써야 한다는 거였다. 요리하시는 분들이 수십년의 세월이 묻어난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거다. '손맛'이라는 말뜻에는 식재료에 대해 엄격하고 타협하지 않는 부분, 그것들을 관리해야 하는 게 담긴 것 같다. 정말 대단한 장인들 같고, 요리사도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간의 노고를 전했다.

김윤석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이어 '대가족'에서도 김성령과 호흡을 맞췄다. 티격태격 중년 멜로를 소화할 김윤석은 "저의 착각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저 분(김성령)하고 제가 같이 서 있으면 굉장히 잘 어울린다. 연인으로서 라기보다는 둘이 있으면 희안하게 되게 편하다. 그렇게 편하기가 쉽지 않은데, 서로에게 열려 있는 배려심이 있어서 그 편함이 극 속에 잘 담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함무옥을 유일하게 쥐락펴락할 수 있는 평만옥의 실제 '방여사', 김성령은 "우리는 알콩달콩하지는 않고 소리 지르고 구박하는 사이다. 서로에게 츤데레 같은 느낌"이라며 "서로를 구박하지만 그게 미워서가 아니고 마음이 열려 있다. 보이지 않는 서로의 통합이 있는 부부 사이"라고 귀띔했다.

이승기는 함무옥의 아들이자 뜻이 있어 불교에 귀의한 주지스님 '함문석' 역을 연기한다. 의대 출신인 함문석은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자신도 몰랐던 자식이 찾아오자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이승기는 양우석 감독과 김윤석의 조합만으로도 '대가족'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 양우석'이라는 이름을 보고 일단 절반 이상 마음을 열었다. 읽어보고 나서 아버지 역이 누굴까 했는데 김윤석 선배님이라고 하시더라. 이건 시나리오도 좋지만 두 분이 함께하시니까 나를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는 마음으로 흔쾌히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MC 박경림이 출연 결정에 영향을 준 비율을 묻자 이승기는 "아무래도 감독님이 대본을 써주셨기 때문에 51%, 김윤석 선배님이 49%인 거로 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이승기는 캐릭터를 위해 실제 삭발을 감행했다. 김윤석과 김성령은 이승기의 두상에 감탄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삭발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법도 한데, 이승기는 "사실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머리보다 이 조합 속에서 제가 연기를 하는 게 더 큰 꿈이었다. 머리를 딱 미는 순간 '어? 큰일 났는데' 싶더라. 제 생각보다 상당히 더 짧더라. 이후에 병행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어서 3~4개월은 가발을 착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강한나가 함문석과 의대 CC였다가 찐친으로 이어진 '한가연'으로, 박수영이 문석의 수행승 '인행'으로 분해 이승기와 다채로운 케미를 더한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다룬 '대가족'에 대해 김윤석은 "제목 '대가족'이 영어 제목으로는 'About Family'다. 큰 가족이라는 뜻도 있지만 '가족에 대하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가 핏줄로서 가족의 범위를 한정할 것이냐. 우리가 가족의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가'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우리 작품의 매력"이라고 메시지를 짚었다.

이처럼 올겨울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음 따끈해지는 영화 '대가족'은 오는 12월 1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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