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심사 결과에 발행사 ‘혼란’… “낮은 합격률에 수십억 투자금 버릴 위기”
초등수학 2개 사가 개발한 3종만이 선정
수십억 투자한 업계 좌절… 이의제기 신청 들어가
부정확한 합격 리스트 돌아… 9월 서책 교과서 영향 우려
내년에 공교육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1차 검정 결과 수학과 정보 과목에 참여한 발행사들이 대거 불합격해 좌절하고 있다. 수십억 원의 AIDT 투자금에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업계 부정확한 합격 예측 명단도 떠돌아 오는 9월 서책 교과서에 대한 학교 선택에 잘못된 영향이 미칠까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AIDT에 대한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학과 정보교과에서 대다수 발행사의 AIDT가 탈락했다.
초등 수학의 경우 2개 사가 개발한 3종을 제외하고 검정을 출원한 모든 발행사의 AIDT가 탈락해 총 12종이 출원한 가운데 검정 합격률이 25%에 그쳤다. 중·고등 정보 과목도 모두 2개 발행사만이 검정에 합격해 중학교 15%, 고등학교 20%의 낮은 합격률을 보였다. 반면 영어는 AIDT 출원 발행사 중 초등학교 영어에서 단 1개 사만 탈락하고 모두 합격해 대조를 이뤘다.
낮은 합격률도 문제지만 AIDT 심사 검정 결과에 대한 잘못된 검정 합격 명단이 공유되고 있어 또 다른 2차 피해 발생 우려가 제기됐다. AIDT 결과가 9월 서책 교과서에 대한 학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기업들은 11월 말 최종합격 이전에 검증 합격 여부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가 돌자 답답함을 표하기도 했다.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만난 AIDT 개발 발행사 관계자는 “AIDT에 대해 교육부에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비공개 사항으로 다루고 있고, 이를 어길 시 최종 선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업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AIDT에 대한 1차 검정 합격 업체들의 이니셜이 언론에 의해 공개됐고, 이에 대한 합격 리스트도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9월 서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투자해 온 AIDT 개발비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문제다. 기업들은 최소 1년 이상 인력과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AIDT를 개발했다. 검정에 참여한 업체는 자체 AI 디지털교과서개발 부서를 신설하고 인원을 늘려 몸집을 키워왔다. 인구 절벽 시대 새로운 시장으로 AIDT를 주력해 온 기업들이 AIDT에 대거 탈락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AIDT 개발 발행사들은 탈락에 대한 이의신청과 추후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수십억 투자했는데 탈락해 줄줄이 초상집”이라며 “검정 탈락에 대한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고, 탈락 시 이제까지 개발에 들인 비용에 대해 어떻게 손해배상을 청구할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AIDT 검정 합격에 유명한 교육 업계만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자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AIDT 검정 결과는 대부분 이제까지 교과서 시장을 선점해 온 규모가 큰 기업들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IDT 검정 참여를 고민했던 작은 기업들 사이에서 신청 안 하길 잘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큰 기업이 아니면 이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탈락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AIDT 최종 합격은 11월 29일에 발표된다.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채택돼 내년부터 초등3~4학년, 중1, 고1에 먼저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AIDT 검정에 탈락한 기업들은 내년 AIDT 심사 동안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에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개발 업체들이 제기한 AIDT 관련 이의신청을 수학-정보 AIDT를 심사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얼마나 수용해서 최종 합격 결과에 반영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지난 24일 수학ㆍ정보 AIDT를 심사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섬역센터에서 수학ㆍ정보 AIDT 검정 출원 발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검정 본심사 결과 및 이의신청, 수정본 검토 접수 관련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