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동 세차 안전할까?”… 세차기에 적용된 안전 공식
국내 자동 세차기 1위 제조업체, 한림기계 탐방
긴급 정지 장치부터 AI CCTV까지… 첨단 안전망 구축
“바퀴 오른쪽으로, 더 오른쪽으로. 조금 더, 조금 더. 오케이. 기어 중립으로!”
자동 세차는 험난하다. 바퀴를 어디에 위치하면 좋은지 운전석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이쯤이 맞는 거 같은데 하면 세차기 안내 직원이 더 오른쪽으로 가라고 한다. 나의 감을 믿을 것이냐, 안내 직원을 믿어야 할 것이냐 생각하는 순간 호통이 날아온다. “바퀴! 오른쪽으로!”
자동 세차기 입구에 선 운전자는 긴장하게 된다. 만약 차가 한 쪽에 치우친다면 세차하는 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사이드미러가 부러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운전자 잘못으로 세차기 레일이나 청소 기계가 망가지면 금액을 변상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차기에 잘 들어가는 것도, 안내 직원의 지시사항을 잘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자동 세차 과정에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차 도중 운전자가 갑자기 차 밖으로 나오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였다. 운전자의 과실이었지만, 자동 세차기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됐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지는 점이 있다. 자동 세차기엔 안전장치가 어떻게 마련돼 있을까? 운전자가 지시사항을 어겨도, 사람과 차량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 국내 자동 세차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한림기계를 방문했다.
◇ “자동 세차기에 사이드미러가 부딪힐 것 같다… 어쩌지?”
“세차기를 만들 때도, 또 현장에 설치할 때도, 운영하는 과정에도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기노시다 요시끼 한림기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자동 세차기는 제작하는 과정부터 설치, 최종 소비자가 이용하는 운영에서까지 안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한림기계 현장에는 안전에 관한 문구가 곳곳마다 붙어 있었고, 현장에 들어갈 땐 반드시 눈에 잘 띄는 하늘색 모자를 써야 했다.
기노시다 요시끼 대표는 지난해 자동 세차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알고 있었다. 해당 사고에 “운전자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사고였지만,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도했다. 또 회사에선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기술을 1년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림기계는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 세차기에 접촉이 발생하면 세차를 자동으로 멈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량이 닿거나 사람과 접촉이 생기면 즉시 세차기가 멈출 수 있게 했다. 기노시다 요시끼 대표와 한림기계 연구개발팀은 관련 기술을 이 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차량을 한쪽 가장자리에 세워 사이드미러가 세차기에 닿을 수 있게 한 후 세차를 시작했다. 세차기는 작업 중 사이드미러가 닿자, 그 순간 멈춰 섰다.
또 다른 기술도 마련했다. 세차기에 노란 안전바를 세차기 전·후면 8곳에 설치한 후 사람이 이곳을 누르게 하면 멈추게 했다. 기존에는 작은 멈춤 버튼이 하나였던 것을 8곳에 눈에 띄게 마련한 것이다. 세차기 안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라도 이 노란 안전바를 누르면 세차기를 자동으로 멈출 수 있다.
기노시다 요시끼 대표는 “우리는 한국 최초로 긴급 정치 장치를 개발·상용화했다”며 “접촉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멈추고 안전 센서를 확장한 것은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기획부터 연구개발(R&D)에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출총액 대비 5% 이상을 R&D에 투자해 안전을 비롯한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세차가 아닌 차량 운행을 통한 가족의 행복과 여가, 건강 모두를 생각한 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작업 현장에 투입된 AI, 직원 안전을 지키다
한림기계의 안전은 직원도 대상이었다. 회사는 작업 현장에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비전 인공지능(AI) 기업 ‘인텔리빅스’와 함께 ‘산업안전 AI’ 기술을 도입했다. AI CCTV를 이용해 작업자가 헬멧, 안전벨트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즉시 알람을 울리게 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안전장치를 반드시 착용하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근로자가 이동형 계단 위에서 안전벨트를 벗자, CCTV 화면에 빨간색으로 해당 작업자가 표시됐고 즉시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세요”라는 알람이 작업 현장에 방송됐다.
작업 차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도 AI로 줄였다. 자동 세차기는 크기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작업 현장에는 지게차를 비롯한 차량이 많이 다닌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게차들이 사람과 함께 수시로 다녔다. 회사는 혹시 모를 사고에 방지하기 위해 작업장 내 차량의 속도를 5㎞/h로 제한했다. 만약 이 속도보다 차량이 빠르게 다니면 AI는 이를 감지해 즉시 속도를 조절하라는 알람을 울린다. 작업 현장에 안전을 감시하는 AI가 채용된 셈이다.
기노시다 요시끼 대표는 산업안전 AI 도입을 2년 전부터 검토했다고 한다. 사람이 일일이 안전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빈틈이 생길 수 있어, 안전망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와중 인텔리빅스 솔루션을 알게 됐고 올해 2월부터 관련 솔루션을 구축했다.
그는 약 6개월간 솔루션을 사용한 결과 기대 이상으로 만족감이 높다고 밝혔다. AI CCTV가 위험 상황을 감지해 직원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고, AI 알람이 뜬 영상을 매주 직원들과 분석하며 위험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AI가 위험하다고 감지하는 횟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을 처음 도입할 때 프라이버시 문제로 직원들의 불만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반발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입 후 직원들도 자신의 안전이 보호되는 점에 만족해 아직 도입되지 않은 곳에도 도입해달라는 건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AI CCTV를 단순 감시용이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회피용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우린 법 제정 훨씬 이전부터 안전을 고려했고 도입한 결과 만족하고 있다”며 “10곳 이상의 일본 기업들도 직접 사업장에 방문해 해당 기술을 견학하고 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회사의 최대 장점은 유능한 인재가 많다는 것이고 회사는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사명이 있다”며 “앞으로 인텔리빅스와 지속 협력하며 안전망을 고도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