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OP] 포지큐브 “AI도 맞춤형 옷을 입어야 할 때”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협회장:장홍성) 공동 기획]
AI 도입과 고도화, 자동화 진행… 시간과 비용 단축
답변 지연 없는 생성형 AI 기반 ‘콜봇’ 준비, 10월 공개
[편집자 주] AI TOP는 한국 AI 산업 발전을 이끄는 리더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기획입니다. AI TOP에는 국내 공신력 있는 AI 협회인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가 선정한 ‘2024 Emerging AI+X Top 100’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성품 옷과 맞춤형 옷. 어느 옷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두 제품 사이엔 차이점이 있다. 내 몸을 옷에 맞춰야 하느냐, 옷을 내 몸에 맞게 하느냐의 차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도입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있다. AI 도입을 위해 기업이 데이터 등 제반 사항을 다 맞춰 준비할 것이냐, 아니면 현재 상황에 맞는 AI를 도입할 것이냐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앞으로 경쟁력은 얼마나 AI를 잘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AI 도입은 디지털 전환만큼 쉽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간 마찰이 존재했다. 공급사는 AI를 도입하려면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존재해야 하고 사일로 현상도 적어야 하는데, 수요사에선 이러한 준비가 되지 않아 AI 전환이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수요사는 AI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사가 제반 상황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면 굳이 돈을 써서 이 기업과 AI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AI 기업은 “데이터도 없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라고 한다” 하고, 반대로 수요사는 “이 정도의 비용과 인력, 시간을 써서 AI를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마찰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AI 도입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요사가 큰 준비 없이 AI를 도입할 수 있게 돼서다. AI 옷을 입기 위해 AI에 기업의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몸에 AI를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 맞춤형 재단사로 등장한 기업은 포지큐브다. 이곳은 기존 기업이 가진 데이터와 시스템에 맞춰 AI 도입을 지원한다. 오성조 포지큐브 대표는 “과거 데이터만 있으면 AI를 쉽게 도입할 수 있지만, 문제는 데이터를 학습시킬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라면서 “데이터는 매일 같이 바뀌고 사람과 조직도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성품처럼 AI를 도입하면 그만큼 기업에선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도 이제 맞춤형 옷을 입어야 한다”면서 “빠른 도입과 변화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지큐브는 AI의 눈과 입 역할을 하는 비전, 대화형 기술을 공급하는 AI 공급사다. 최근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의 기업 도입도 지원하고 있다. 기업용 콜봇, 챗봇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오성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AI 도입을 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하지만 기업용 AI 구축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LLM은 AI 기술의 이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업무 효율성이나 생산성 등에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기업에선 LLM 즉, 파운데이션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긴 허들이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고, 흔히 알려진 보안 문제나 잘못된 정보를 그럴싸하게 답변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등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LLM에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탑재했다고 하지만, RAG가 대용량 데이터를 같은 속도로 일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가 필요하다. 포지큐브는 그 역할을 해주는 회사다.”
- AI 도입 전 기업들이 데이터 준비, 정제 등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들었다. AI 도입의 진입장벽이 될 것 같은데.
“과거에는 그랬다. AI를 도입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AI를 도입해 전환하고자 하는 업무를 정리해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서 또 정제해야 했다. 일종의 준비 과정이 많이 들었고, 이는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을 하는 데 진입 장벽을 높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과정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고객사가 이 준비 작업을 하지 않아도 AI 구축을 지원한다. 최소한으로 데이터에 표시만 해달라고 한다. 문서 데이터라면 그 문서가 어떤 문서인지 꼬리표만 달아주면 이에 맞춰 AI 전환을 돕는다. 과거에는 AI를 도입하려면 공급사 측에 데이터 등을 맞춰야 했지만, 이젠 고객사에 맞는 맞춤형 AI를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만큼 AI 장벽은 줄어들었다.”
- AI 도입이 쉬워졌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점과도 연관되나.
“맞다. AI는 한 번 도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야 새로운 데이터가 쌓이고, 담당하는 사람도 바뀌고 조직도 바뀌게 된다. 기존 데이터 형태나 규칙 등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AI 기술은 지속 고도화된다. 기업에서도 필요로 하는 AI 기술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고객사는 그때마다 데이터 등을 준비할 수 없다. 시스템을 변화하기도 힘들다. 하려고 하면 그만큼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기업에 최적화된 AI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면 그만큼 변화와 고도화가 쉬워진다. 맞춤형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과 시간 역시 줄어든다.”
- 포지큐브는 이 과정을 어떻게 줄여주나.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동화라고 볼 수 있다. AI를 도입하거나 고도화하는 과정을 자동화한다면 그만큼 기업들은 AI를 더 많은 분야에 확장할 수 있고 날로 발전하는 AI 기술을 기업에 도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데이터를 자동화하는 파이프라인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면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바로 서비스가 발생하는 AI 자동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 포지큐브에서 주력으로 하는 AI 서비스는 무엇인가.
“콜봇이다. 우리의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다. 비전 AI인 ‘로비(robi) V’, 대화형 서비스인 ‘로비 T’, 생성형 챗봇 서비스인 ‘로비 G’ 등이 있다. 이중 우리는 로비 G를 통해 콜봇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콜봇에서 쓰기 어려운 점이 있다. 왜냐하면 생성형 AI에 질문을 입력하면 답하기까지 아주 잠깐의 공백이 존재한다. 이 공백은 통화할 때 답답함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콜봇은 미리 입력한 내용을 답변하는 룰 기반 봇이 많았다. 우리는 사용자가 질문하면 공백없이 바로 답변할 수 있는 기술을 모 기업과 함께 개발, 진행하고 있다. 10월 말 출시가 목표다. 어떤 질문이든 맞게 답변하면서도 잠깐의 공백없이 실시간으로 답변하는 콜봇을 준비하고 있다.”
- 콜봇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우리는 콜봇뿐 아니라 여러 AI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콜봇 사업을 일찍이 시작해 기술력이 높아 이쪽 시장에서 성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음성은 발음, 억양, 목소리 크기 등으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즉 불확실성이 높은 단점이 있는데, 우리는 4~5년간 해당 서비스를 진행하며 여러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시켰다. 이 때문에 음성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였다. 콜봇 시장에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보험과 같은 금융사에서 많이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고령화 사회, 1인 가구 시대가 되면서 시니어 케어콜 시장도 확장되고 있다. 공공시장에서도 콜봇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음성 쪽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AI 주권을 가져가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이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모델을 오픈하고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지금 네이버나 카카오나 지금 상태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보다 더 빠르게 기술을 고도화하진 못한다. 그만큼 격차가 발생한다. AI는 서로 오픈해야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채우지 못한 부분을 파트너가 채워줘야 한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멀티모달에 속도를 내고 있고 여러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화합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