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할머니와 엄마가 주는 사랑을 바탕으로 '선자'가 되다 [인터뷰]
김민하는 참 묘한 배우다. 처음 그가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를 이끌고 가는 '선자'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아마도 같은 걸 느꼈을 거다. 김민하는 '여배우의 아름다움'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대신 거친 피부로 시대 속에 존재했다. 그 덕분에 선자를 더욱 오롯이 가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김민하는 지난 23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진행된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즌2 프레스 컨퍼런스 이후 이민호와 함께 공동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후,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우리나라 역사를 두 아들의 어머니 '선자'의 삶을 통해 담아낸 작품이다. 김민하는 '파친코'의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도 '선자'의 삶을 이어간다. 시즌 1은 1936년을 배경으로 막을 내렸고, 시즌 2는 1945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Q. '파친코'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살아온 여성이자 엄마 '선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90세가 넘은 할머니와 엄마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고 알려졌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파친코' 시즌 2에 임할 때, 제가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 가장 크게 궁금하고, 풀리지 않았던 것이 모성애와 관련된 지점이었다.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께 많이 여쭤봤다. 할머니는 7남매를 키우셨다. 어떻게 그 어려운 시절에 아이들을 키웠는지 궁금했다. 할머니께서는 '그냥 했어'라고 하시더라. 그게 맞더라. 사실 이유가 없다. 뭐가 필요하겠냐. 무조건적인 사랑을 아이들에게 느끼고, '나는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 너네는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내 아이들이니 했다'는 말이 당연했다. 엄마에게 '왜 날 좋아해?'라고 물었는데 '너니까'라고 하시더라. 그런 답변이 많이 도움이 됐다."
Q.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감정적인 지지를 두 아들과 연기하며 어떤 '엄마 선자'를 그렸나. 또 엄마 연기를 한 후, 할머니와 엄마에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아이와 이야기할 때 딱히 말투를 다르게 하지는 않았다. 가족과 나누는 대화에 집중했다. 선자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엄격한 편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아들 역할의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두 사람이 정말 아들 같았다. 신기했다. 촬영 후, 조금 후부터 엄마를 매일 한 번씩 안아주기 시작했다. 이게 되게 좋더라. 저도 무뚝뚝한 편이라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포옹이라는 행동에 담겨있는 정서가 많은 것 같았다. 할머니께는 예전보다 전화를 자주 드린다."
Q. '파친코'라는 큰 역사적 흐름을 담은 글로벌 작품을 통해 데뷔했다. 책임감과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저 자신을 잃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파친코'를 만나기 전에도 저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어두운 시기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은 시기도 있었다. 그 시기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큰 경험을 했고, 여기에서 얻는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잃지 않을까 고민했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확장시키자보다는 이런 상황 속에서 들뜨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나를 계속 유지를 하며 더 좋고, 멋있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목소리를 낼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시즌 1이 나온 후 2가 있었으니, 선자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이 세상 많은 선자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제가 들뜨고, 저 자신을 잃어버려 선자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
Q. '파친코'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 이르기까지, '선자'로서 가장 중심에 둔 생각은 뭐였나.
"시즌 1과 2가 모두 소중하다. 이 캐릭터와 모든 캐릭터,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선자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변함없었다. 다만, '어떻게 세월을 녹여낼 수 있을까?', '시즌 1 선자를 유지하면서 30대가 됐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선자를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게 잘 녹여낼까?' 고민했다."
Q. 함께 연기한 이민호와의 호흡이 궁금하다.
"카메라 밖에서는 더 어느 때보다 편하고, 친해졌다. 그러면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찾게 되는 캐릭터도 있었다. 저는 한수를 잘 이해 못하니까, '정말 이해 못 하겠는데요?'라고 이야기했는데 현장에서 그걸 설득을 해줬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앞에서 웃음 짓고,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런 건 사실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느낌이다. 압도당하는 느낌이 항상 있었다."
Q. 노년의 선자 역을 보여준 윤여정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나. 그리고 윤여정과 쿠니무라 준의 대화에서도 여러 감정이 오갔을 것 같다.
"윤여정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선자가 참 잘 이겨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이겨냈고, 잘 살았다'라고 말이다. 선자와 아들의 대화는 하나하나 다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그 나이대가 된 적은 없지만 많이 배웠다. 많은 것들이 다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지 않았다'는 말이 과거에 많은 고생을 해서 한 말은 아닐 거다. 그게 그 인물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같다. 그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모든 것이 이어져 있는 느낌이다."
Q. '파친코' 시리즈는 배우 김민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나.
"저는 '선자'를 만난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선자를 만나고 나서 제 자신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고, 저 자신을 돌보기도 한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어떻게 진심으로 들을지 생각하며,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얻게 된 것 같아서 그것도 개인적으로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
Q. 소중한 '선자'를 만났고, 글로벌 스타가 됐다. 달라진 상황 속에서 잃고 싶지 않은 배우 김민하의 모습이 있을 것 같다.
"'파친코1'이 나온 후, 눈뜨자마자 많이 바뀐 느낌이었다. 상황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많이 확 바뀌다 보니 저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았다. 원래 내가 해오던 것, 내가 생각했던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나만의 색을 잃고 싶지 않았다. 계속 '내가 누구였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일을 했지?' 물음표를 던졌고, 땅에 발을 디디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 내 방식대로 지키려고 노력했다."
Q. '파친코'를 본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지점이 있을까.
"'파친코' 시즌 2를 보며,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진 개개인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으면'이라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그게 저에게 가장 큰 주제였다. 이 진심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본인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상황 속에서도, 돌아보면 항상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걸, 누군가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걸. 그런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