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로도 효과가 없는 고도난청 환자 치료를 위한 인공와우 이식이 청각 기능뿐만 아니라 뇌의 청각 중추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이하 연구팀)은 후천적 청각장애로 한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이식 1년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한 결과, 청각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부피가 이식 전과 비교해 많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가 고도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인공와우 수술 전후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청각피질을 포함한 대뇌피질의 부피가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대뇌피질이 회복된 정도가 청각 기능이 회복된 정도와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뇌 상측 측두이랑의 부피 증가가 수술 후 단어 인식능력의 호전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청각 능력의 향상이 뇌 청각 중추 구조의 회복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인공와우 이식 후 뇌의 구조적 변화를 장기간 추적한 최초의 연구라며, 인공와우로 청각 기능이 향상되면서 위축돼 있던 대뇌피질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청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에서 인공와우를 통한 적극적인 난청 치료가 대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피인용지수 3.8)’ 최신 호에 게재됐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천적 청력 상실을 겪은 성인이 인공와우 이식을 통해 잘 들을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뇌의 청각 관련 대뇌피질의 부피가 회복될 수 있음을 대뇌 MR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나이가 들어 청력이 떨어지면 단어 인식능력도 저하돼 의사소통에 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난청은 장기적으로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난청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보청기를 일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보청기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인공와우 이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난청을 치료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과거 선행 연구를 통해 고도난청 환자들에게서 청각과 언어 인지를 담당하는 뇌 상부 측두엽 등 많은 부위에서 대뇌피질의 부피가 감소해 있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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