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스 포겔-클라우센(Jens Vogel-Claussen) 독일 하노버대 교수
독일, 1일부터 국가 폐암 검진 프로그램 시행, AI 등 SW 활용 의무화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독일에선 7월 1일부터 폐암 검진 프로그램이 처음 합법화됐고, 정부 차원에서 검진 프로그램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독일 정부가 국가 폐암 검진 프로그램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일부터 흡연자와 이전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저선량 CT 검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크로아티아, 폴란드, 체코 등에 이어 폐암과 같은 폐 질환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국제 호흡기 학회 Lung Facts에 따르면, 2019년 독일에서는 6만3000건 이상의 신규 폐암 사례가 발견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5만3900명이었다. 폐암은 발병 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국내에서도 환자 절반가량은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는다. 독일에서 폐암 사례 발견 수와 사망자 수가 비슷한 건 이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폐암으로 인한 국민의 사망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흡연자나 과거 흡연자 중 50세 이상 75세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저선량 CT 촬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약 330만 명의 남성과 220만 명 여성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전에도 독일 흡연자 중 일부는 CT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국가에서 조기에 폐암을 진단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유방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피부암 등에 관한 프로그램만 존재했다.

독특한 점은 독일은 저선량 CT 영상을 의사가 판독할 때 인공지능(AI)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했다. 영상판독을 하는 데 있어 AI를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AI 영상판독 기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아직 AI 사용에 보수적인 입장이 강한 한국과는 대조된다. 그렇다면 독일은 폐암 검진에 AI 활용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Fleischner Society)’ 학회 참가차 방문한 얀스 포겔-클라우센(Jens Vogel-Claussen) 독일 하노버대 교수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하노버대 의과대학에서 심장 및 폐 영상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심장, 폐 기능과 미세 구조 평가를 위한 정량적 영상 마커를 개발하고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과 임상 번역을 위한 고수율 이미지 처리 바이오마커 추출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그는 독일이 폐암 조기 발견 조례를 시행하기 전 ‘한스 스터디’에서 AI 영상판독 기술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이끈 바 있다.

포겔-클라우센 교수는 “독일 정부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AI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폐암 검진에 사용하게끔 명시해 놓았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 독일 정부가 7월 1일부터 국가 폐암 검진 프로그램 중 일부를 도입하는 것으로 안다.

“7월 1일부터 폐암 검진 프로그램이 처음 합법화됐다. 특정 상황에서 독일 국민은 자비나 민간 보험을 통해 저선량 CT를 촬영하고 폐암 여부를 검진할 수 있다. 우리는 폐암 검진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다. 분류된 작업을 통합해 중앙 집중식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검진 프로그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환급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면 국민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가 폐암 검진 프로그램이 올바르게 운영되기 위해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환자들이 적합한 시기에 검진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다. 폐암의 경우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높지만, 발견 시기가 늦어지면 생존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폐암의 경우 처음엔 증상이 없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적시에 검진받지 못하면 프로그램의 이점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내과 의사나 일반 개업의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모든 환자가 인증된 암 센터에 와서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국가 폐암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크게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전문성이다. 의사들의 훈련이 필요하다. 현재 방사선 전문의도 일정량의 흉부 영상판독 사례를 보며 훈련받아야 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전국 단위의 온라인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우리는 영상판독에 적합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하게 돼 있다. 두 번째 판독은 소프트웨어로 대체한다. 경험 많은 방사선 전문의도 폐 결절을 판독하는데 10% 정도는 실수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이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AI도 포함될 것 같다.

“맞다.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 영상판독 AI를 사용한 결과, 의사가 폐 결절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찾아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의사에게 업무 효율을 가져오고 진단 신뢰도를 높였다. 이 연구는 이제 실생활에서 시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AI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폐암 검진에 사용하게끔 명시해 놓았다.”

- 폐암 검진에 영상판독 AI 기술을 사용했을 때 이점은 무엇인가.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고 의사의 작업량을 줄일 수 있다. 독일은 이미 영상 전문의의 작업량이 많다. 이미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폐암 검진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면 이들의 업무량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AI는 이 작업량을 줄여준다. 폐 결절 등의 증상을 빠르게 판독해 의사에게 알려주는 유용한 도구여서다. AI는 영상 전문의의 역할을 대체하진 않지만,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고 이들이 더 높은 가치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 독일 정부는 AI 활용에 있어서 보수적이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의사들이 처한 업무 과부하를 줄이면서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다. 물론 AI를 사용할 때 신중히 접근해야 할 요소들은 많다. 가장 중요한 건 환자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 정부는 환자 데이터 소유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이 데이터가 국가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국에는 높은 영상판독 AI 기술력을 갖고 독일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코어라인소프트다. 이들 기업에 조언할 내용이 있다면.


“코어라인소프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독일 뮌헨 방사선센터 등에 자사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기술력은 입증됐다고 봐도 된다. 한국 기업들이 여기서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독일 시스템과 법적 프레임워크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에 지사를 설립해 데이터 보호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또 독일 의료 시스템에 맞는 워크플로우를 이해하고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자국 내 국민의 데이터가 외부로 반출되는 것을 염려한다. 또 우리만의 시스템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과 법적 프레임워크를 이해해야 독일 시장 진출이 원활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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