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설계자' 이요섭 감독, 두 작품 후에 천만감독 될지도" [인터뷰]
배우 강동원의 주 무기는 물론 우산을 들어 올렸을 때 빛이 나는 '미모'가 있겠지만, 사실 그의 '안목'에 있기도 하다. 강동원은 영화 '파묘'로 천만 감독이 된 장재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검은 사제들'에서 함께했으며,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을 받은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가려진 시간'에서도 함께했다. 앞으로 나아갈 감독의 출발선에서 함께했던 배우 강동원의 '안목'에 대한 지점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영화 '설계자'를 통해 그의 안목이 다시금 빛을 발한다. 이요섭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 '범죄의 여왕'으로 호평을 받은 후, 영화 '설계자'를 통해 상업영화의 무대에 섰다. 강동원이 관심이 있던 '음모론'이 영화의 주요한 소재였다. 이는 지난 2010년 개봉한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강동원 역시 원작을 봤다. 그는 “굉장히 오래전, 원작을 봤기에 몇몇 장면만 기억나는데요. 원작은 습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이라면, 우리 영화는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라고 두 작품을 달리 느낀 지점을 전했다.
강동원은 살인을 치밀하게 설계된 사고사로 조작하는 ‘삼광보안’의 리더 영일 역을 맡았다. 삼광보안은 영일을 필두로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이 함께한다. 원래 짝눈(이종석)도 함께였지만,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영일은 짝눈의 죽음 이후, 삼광보안보다 더 큰 조직인 이른바 ‘청소부’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모든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일이 바라보는 의심 가득한 시선을 통해 영화 ‘설계자’는 서스펜스를 만든다.
“우선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아크가 있었죠. 짝눈이의 죽음 후, 의심을 쌓아오고 있지만, 그걸 겉으로 보여주지는 않잖아요. 사고가 일어나고, 다시 기억이 불러일으켜지며 점점 더 히스테릭한 지점이 보이기 시작해요. 팀원도 믿지 못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 믿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시선으로 영일이 세상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이 사람은 나를 어떻게 하려는 사람인가’라는 시선으로 보게 된 거죠.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했죠. 작품의 말미 감정을 더할지, 덜할지는 (이요섭)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후반부를 고민하다, 지금 정도의 선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요. 더 미쳐갔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고요. (웃음)”
‘설계자’에 끌리게 된 것은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사고의 내막에 조작된 설계가 있다’는 소재도 신선했다. 강동원은 “제가 음모를 만드는 음모론자에 가까워요.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영일이 청소부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과학적으로 외계인 존재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소재에 더 관심을 두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강동원은 ‘삼광보안’ 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영일이 리더로서 팀원을 이끄는 비결에는 팀원들의 “결핍”을 이용한 “가스라이팅”이 있었다. 강동원은 “영일이 팀원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재키에게 ‘난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이야기할 때나, 점만이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것도 당근을 주는 척 가스라이팅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라고 밝혔다.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과는 수많은 리허설을 함께했고 그만큼 호흡도 좋았다. 강동원은 이미숙에 대해 “선배님이 진짜 편하게 해주셨어요”라며 “현장을 얼마나 재미있게 해주셨으면, (이)현욱이가 아직도 계속 ‘언니’라고 해요. 극 중 캐릭터 때문에 농담처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게 편해져서 ‘선배님’이라고 했다가 ‘언니’라고 했다가 그러더라고요. (이)현욱이도 실제로 더 웃겨요”라고 현장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개봉 전 공개된 웹 예능 ‘핑계고’에서 강동원은 ‘설계자’ 속 자신의 얼굴이 잘 나왔다고 만족감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완성된 ‘설계자’를 보기 전 상황이었다. 그는 “예고편을 봤는데 ‘얼굴이 잘 나온 것 같은데?’ 싶었어요. 제가 등장하고 조합되는 장면이 좋더라고요. 티저 포스터 이미지도 좋고요”라고 만족의 지점을 전했다.
“눈이 아팠던 것 같아요. 긴장되는 순간에 무언가를 보고 있으면, 눈도 깜빡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지점 때문에 눈이 시릴 때가 많았어요.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는 게 힘들거든요. 제가 2cm만 움직여야 하는데, 그보다 더 움직이면 스크린에서는 1m를 움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되게 섬세하게 연기해야 하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돼요. 그래서 ‘호흡을 잊지 말자’라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가졌어요.”
완벽한 비주얼을 위한 남다른 노력은 강동원과 늘 함께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요즘도 68~69kg 정도인 것 같아요. 입금되면 (관리) 해야죠. 테스트 촬영한 뒤, 딱 보여요. ‘여기서 2kg은 더 빼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분장했는데 캐릭터랑 딱 안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날 때가 있거든요. 영화 ‘브로커’ 속 동수나 이런 캐릭터는 아니지만, 날카롭고, 예민한 캐릭터들은 조금이라도 군살이 보이면, 바로 다이어트를 해야 하죠. 실제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로 보면 딱 보여요. 커다란 스크린에서 비칠 모습을 생각하면, 관리해야죠.”
대중영화계에서는 신인인 이요섭 감독과의 호흡은 좋았다. 강동원은 그를 “발랄한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범죄의 여왕’ 같은 스타일”이라고 이요섭 감독의 전작을 언급했다. 이어 “소녀 같은 모습도 있고, 걸리시한 매력도 있고요. 되게 아기자기하고 순수하면서도 차분하고, 웃기기도 하시고요. 현장에서 재미있었어요. 제작보고회 때도 갑자기 ‘흑미남’을 말씀하셔서 빵 터졌었어요”라고 덧붙인다.
또한, 강동원과 데뷔작을 함께한 후,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감독들에 대한 언급에 “이요섭 감독님도 다다음 작품쯤 천만 감독님이 되실지도 모르죠”라고 한 마디를 덧붙이며 웃음 지었다. “잘 된 분들도 계시고, 아닌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신인 감독님과의 작업을 좋아해요. 의욕적이고, 욕심도 많으시고요. 이제는 신인 감독님도 저보다 어려진 경우도 있지만, 또래인 경우가 많잖아요. 같이 작업할 때 재미있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달라진 지점도 있다. 영일이 ‘삼광보안’ 팀원들의 결핍을 중심에 두었다는 말에 본인의 결핍을 묻자, 강동원은 “그런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희로애락’에서 ‘노’가 별로 없었는데요. 이젠 여러 경험과 사건, 사고가 쌓이며 ‘노’가 뭔지 알 것 같고요. (웃음) 결핍 같은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제 오랜 친구가 제가 그래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꼬인데가 없어서요. 노를 알게 되며 영일 캐릭터의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재키랑 대화할 때, 영일이 벌떡 일어서는 장면이 있는데 예전같았으면 그렇게 연기를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진심으로 화가나더라고요. ‘컷’하고 나서 이미숙 선배님께서 ‘너 너무 무서워’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강동원은 상상하고 직접 글을 쓰며, 작품을 제작하는 것도 진행 중에 있다. 배우만이 아닌 기획자, 제작자인 그의 모습에도 기대감이 쏠린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SF물은 아직 쓴 건 없지만, 지금 진행되는 건 내년에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