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대학원] 동남권 AI 전환 리더, UNIST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공동 기획]
⑦ UNIST 인공지능대학원, 평균 연령 37세 가장 젊은 대학원
심재영 UNIST 인공지능대학원장 “실제 산업 현장과 연계된 AI 교육 중요”
[편집자 주] 인공지능 강국의 필수요건은 인재 양성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2019년부터 AI 인재 양성과 연구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을 설립, 지원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대학원의 현 상황은 어떨까요? 본지는 국내 AI 대학원의 현주소와 미래를 ‘인공지능대학원’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국내 대학원의 현황과 비전을 취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울산, 부산, 경상남도로 이뤄진 동남권에서 산업체와 긴밀한 협력으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이끌고 있는 대학이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다.
UNIST는 2020년 4월 인공지능대학원 개원 당시부터 300여 곳이 넘는 동남권 기업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제조업이 발달한 동남권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여 생산비를 감소시키는 데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수기 때문이다.
UNIST가 이러한 동남권 산학협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인공지능대학원의 역할이 컸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울산시의 지원을 받은 ‘AI 혁신파크’가 교내에 설립된 후 산업체와 밀접하게 연계된 교육이 활발해졌다. AI 혁신파크에서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대학과 함께 논의하고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로 진행해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게 했다. 인공지능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협력한 혁신파크 프로젝트가 실제 연구 과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UNIST 인공지능대학원을 지난해부터 운영해 온 심재영 UNIST 인공지능대학원장은 본교 대학원에 대해 ‘가장 젊은 대학원’이라고 소개했다. 평균 연령 37세인 젊은 교수진들과 학생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에 선정된 10개의 대학 인공지능대학원장 가운데 가장 젊은 원장으로도 꼽힌다. 3월 기준 11명의 전임 교수와 21명의 겸임 교수가 158명의 재학생과 함께하고 있다. 매년 석사 30명, 박사·석박사통합과정을 20명씩 선발하고 있다. 개원 이후 올해 2월 기준으로 62명의 학생이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심 원장은 “AI가 파급 효과가 큰 이유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실제적인 문제에 적용했을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빠른 AI 기술의 흐름에서 실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 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된 AI 교육…디지털 전환 강점
“실제 산업 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된 AI 기반 디지털 전환 분야에 강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육부터 연구까지 산업체와 폭넓은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프로젝트가 이어지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므로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심 원장의 설명이다. UNIST는 산학협력에서 비롯된 모든 과정에서 실질적인 AI 교육이 이뤄진다고 봤다. 심 원장은 AI 혁신파크 단장을 겸임하면서 산업체와 다각도로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디지털 전환 분야 기술 협력도 많이 해왔다. 그는 “어떤 기술을 받아 적용하는 수준이 아닌 산업 현장에서 다루는 데이터와 문제를 직접 다뤄 산업체와 연계된 파급 효과를 갖는 기술을 개발하는 수준”이라며 “학생들이 AI 산업체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파급효과도 크다. 제조 공정 관리 혁신을 통해 수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그는 “제조 공정에서 원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합하고 처리해야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고 여러 가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를 AI 기술을 접목 시켜 해결하고 있다”며 “제조 산업의 안전 관리 효과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체가 AI로 혁신할 수 있도록 재직자 교육도 병행했다. AI 혁신파크의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프로젝트를 통해 2023년 기준 동남권 지역 157개 기업 283명의 재직자가 AI 전문가로 배출됐다. 심 원장은 “재직자들과 같이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 UNIST의 차별화된 산학협력 모델”이라고 밝혔다.
◇ 연구 중심 실전형 인재 양성
UNIST가 인공지능 교육 기반이 빠르게 마련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대학의 전폭적인 지지다. 연구를 통해 교육을 수행하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기존의 UNIST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실전형 교육에 집중해 왔다. AI 연구 경쟁력을 위한 155평 규모의 데이터센터도 구축된다. 챌린지 융합관 건물 내에 2026년 개소할 예정이다.
연구 역량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원에서는 총 140편의 논문을 냈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기준 43건의 논문이 게재됐다. AI 톱 학회(NeurIPS, ICML, ICLR, AAAI, IJCAI, ACL, EMNLP, NAACL, CVPR, ICCV, ECCV)에서는 49건의 논문이 실렸다. AI 기술 공개 워크숍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최신 성과를 공유하고 해외 석학과 국내 산업체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토론도 진행한다.
세계적인 학술대회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메타버스 가상 현실에 쓰일 수 있는 3D 객체 생성 기술을 세계 최상위인 국제 컴퓨터 비전학회(CVPR, ICCV, AAAI)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가상현실에서 3차원 휴먼 객체를 자동으로 생성한 생성형 AI 모델 연구이다. 또 사람의 손동작 인식과 기계가 그대로 모방하는 기술인 액션 인식 분야는 ‘2022 CVPR 챌린지’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위성영상 화질을 개선하는 연구도 지난해 CVPR 위성영상 처리 챌린지에서 2위를 수상해 주목을 받았다.
해외 인턴십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 LG전자, 카네기멜런대, 막스플랑크 연구소, 어도비(Adobe) 등 산업체와 대학, 연구소 등에 학생을 파견했다. 지금까지 20여 명의 학생이 인턴십을 마쳤다.
◇ AI 수도권 쏠림 현상 심해…“지역 거점 대학 육성 등 전폭적 지원해야”
심 원장은 AI 분야 인재와 인프라가 서울 및 수도권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역적인 균형 발전에 신경을 써야 전체적인 AI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지역 소멸 문제와 더불어 국내 AI 교육과 인프라 격차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AI의 경우 학습을 시킬 인프라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 환경이 지역 전체로 넓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AI 분야의 집중적인 투자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라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AI가 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역적인 균형 발전을 고려해 전폭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를 강조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