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관리=체중 관리? 비만 진단 및 관리 기준의 패러다임 바뀐다
흔히 체중이나 BMI(체질량지수)로 판단해 온 비만 진단 및 관리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회장 가톨릭의대 김성래, 이사장 성균관의대 박철영, 이하 학회)는 3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최근 변하고 있는 비만 진단 및 관리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학회에 따르면, 세계비만협회(이하 협회)는 BMI만으로 비만을 정의하거나 임상적 판단을 대체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합의서를 채택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체질량지수의 위험도는 사회적 요인, 인종, 민족, 그리고 연령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며, 성공적인 비만 관리는 체질량지수의 변화만으로 평가되기 보다 환자와 의료제공자가 논의를 통해 함께 결정한 건강 및 삶의 질 목표가 얼마나 만족하였는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즉, 비만의 일차 평가는 BMI로 할 수 있으나 복부비만, 체지방량 등 대사이상의 위험을 높이는 다른 지표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비만 관리와 체중감량을 구별해야 하며, 자격을 갖춘 임상의가 제공하는 비만 관리는 동반 질환(당뇨병, 고혈압, 고지질혈증 등)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근거 기반 치료법들로 구성되는 반면, 체중 감량은 비만 관리의 한 가지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합의서도 발표했다. 이 합의서에는 비만 관리는 체중이 아닌 건강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만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심각한 재발성 만성질환이다. 협회는 환자의 건강을 개선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근거 기반한 비만 치료법(영양 및 행동 교정, 신체 활동, 약물 치료, 허가된 기기의 활용, 대사/비만 수술 등)이 사용 가능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의료보험제도가 효과적인 비만 관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꼬집었다.
학회는 이러한 비만에 대한 인식 변화가 최근 한국 성인의 복부비만 진단 기준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1천 회 인용을 돌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울산의대 박혜순 교수, 부산의대 이상엽 교수 등 대한비만학회의 주요 연구자들이 참여한 해당 연구는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복부비만의 적절한 진단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20세에서 80세 사이의 6,561명 한국 성인의 허리둘레와 대사 위험 요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한국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일 때 대사 위험 요소의 유의미한 증가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한국인의 복부비만 유병률을 평가하면, 한국 성인 인구 중 남성 19.8%, 여성 24.5%가 중심성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학회는 이와 같은 결과가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준과 다른, 한국인 고유의 임상적 특성을 고려한 복부비만 진단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성인의 건강 관리 및 비만 예방에 대해 매우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며, 공중보건 정책 및 개인의 건강 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비만 및 중증 비만에 대한 근거 기반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며, 그 예로 1형 당뇨병 환자와 인슐린을 사용하는 또는 혈당 변동 폭이 크거나, 저혈당이 발생하는 2형 당뇨병 환자의 임상 경과 개선을 위해 사용 권고되는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 CGM)의 사용을 소개했다.
이어 세계 비만의 날을 맞이해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체중 감량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 비만 관리 방법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학회 진료지침위원회의 문헌 고찰 결과, 체중 관리에 대한 연속혈당측정기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매우 드물고 소규모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단기간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만 일부 존재하며 그 효과가 크지 않아 여러 사람에게 일상적 사용을 권장할 만큼 충분히 신뢰하기 어렵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관리와 건강개선은 종합적인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비만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임상 연구를 통해 체중 관리에 효과를 보이는 비만 치료 옵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