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FDA GRAS 최다 등재’ 쎌바이오텍, 세계 유산균 시장 판도 바꾼다
비전 2024: 쎌바이오텍 임상현 부소장 인터뷰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쎌바이오텍이 최근 한국산 유산균 11종에 대한 미국 FDA GRAS 인증을 취득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다 기록이다.
지난 22일 쎌바이오텍 김포 본사에서 만난 임상현 부소장은 이번 성과가 “쎌바이오텍을 넘어선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유산균에 대한 쾌거”라며, “이번 GRAS 세계 최다 등재가 쎌바이오텍뿐만 아니라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높여 미국과 덴마크 위주의 세계 유산균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RAS 인증 획득, 유산균 외길 연구의 성과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식품에 첨가해도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최상위 안전성 인정 제도다. GRAS 인증 물질은 식품 첨가물로서 관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용도가 높아 매년 많은 기업이 해당 검증 과정을 신청하고 있다.
하지만 GRAS 인증은 FDA의 매우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해 취득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GRAS 인증을 획득한 유산균은 덴마크의 크리스찬 한센(9종), 미국의 듀폰 다니스코(7종), 일본의 모리나가(6종) 등 세계 유수 기업이 보유한 균주를 포함 단 68종에 불과하다.
임상현 부소장은 유산균 11종에 대한 GRAS 인증 획득 성과가 29년간 유산균만을 연구해 온 쎌바이오텍의 뚝심에서 비롯했다고 말했다. “국내 규제를 넘어 유산균 선진 시장인 유럽식품안전청(EPSA)의 기준과 할랄(HALAL), 코셔(Kosher) 등 40여 개의 수출국 기준에 맞춰 유산균 연구를 진행해 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미 상당한 연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GRAS 인증은 코로나 기간을 포함해 약 4년이 걸릴 정도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며, “GRAS가 한국산 유산균의 세계화를 이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지난한 인증 과정을 모두 성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업을 넘어 ‘한국산 유산균’의 안전성 입증
일찍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쎌바이오텍은 그동안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덴마크를 비롯한 전 세계 40여 개국에 유산균을 수출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10년 연속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임 부소장은 해외의 신규 시장 개척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그는 “해외 시장 개척에 있어 대부분은 ‘GRAS 인증을 받았는지’가 첫 질문이며, ‘임상 데이터가 있냐’가 그 뒤를 잇는다”라며, GRAS가 ‘한국산 유산균’의 세계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인증 절차라고 강조했다.
임 부소장은 이번 GRAS 세계 최다 등재가 쎌바이오텍뿐만 아니라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높이고, 한국산 유산균의 세계화에 가장 중요하고 독보적인 강점(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쎌바이오텍의 매출이 이번 인증을 기반으로 증가한다면, 새롭게 수출에 나서려는 국내 업체들이 우리를 하나의 잣대로 삼고 그 진로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유산균, ‘안전성 검증’은 필수
유산균은 장 건강, 면역력 외에도 무수히 많은 효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면역 세포의 70%가 있는 장 속에는 수천 종의 균이 존재하며,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이런 장내세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소화 기능을 높여 영양성분의 흡수율을 증가시키고, 중추신경에도 영향을 끼쳐 행동 발달, 정서,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이에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단순한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우울증 완화,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임상현 부소장은 “유산균이 ‘살아있는 균’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살아있는 균은 인체에 들어가 다양한 변수를 일으킬 수 있어, 안전성 검증이 각별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장내 세균 중 역할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20~30%에 불과하고, 몸에 좋은 약이라도 과하면 독이 되는 것처럼 유익균으로 알려진 특정 균만 많다고 해서 건강에 더 좋지는 않다.
임 부소장에 따르면, 균주의 안전성 입증과 상용화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수억 원의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수입한 균주를 사용하고,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는 “안전성이 검증된 유산균을 선택하기 위해서 기업의 업력 및 임상자료를 살피고, GRAS 등재 원료를 사용했는지, 한국미생물자원센터(KCTC)와 같은 공인 기관에 기탁된 균주를 사용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 위한 의무 규정 필요
임 부소장은 유산균 선택 시 무조건 보장균수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국내 유산균 시장은 ‘낮은 가격’과 ‘높은 보장균수’를 앞세운 마케팅 활동으로 과열되어 있어, 저가의 균주만으로 채운 제품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보장균수는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균 수가 아닌, 유통기한까지 제품에 살아있는 최소한의 유산균 수를 의미한다”며, “보장균수를 늘려 아무리 많은 양의 균을 투입해도 장에 도착하기 전에 파괴되면 섭취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코팅 기술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산균이 강한 위산이나 체온의 영향으로 사멸해 장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면 제 효능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국내외 연구를 통해 특허받은 코팅 기술을 갖추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유산균 제품은 총균 수가 많고, 다양한 균종이 섞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현재는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도록 제품에 사용한 균주 명과 함량, 배합 비율 등을 의무적으로 고시하고, 안전성 검증 등 필요한 절차를 선제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GRAS 기반으로 K-유산균 세계화에 앞장설 것
쎌바이오텍은 2023년 매출액 538억 원, 영업이익 22억 원, 당기순이익 66억 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6.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63.6%)과 당기순이익(-19.9%)은 감소한 수치다.
임 부소장은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경기 침체로 유산균 시장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체가 어려운 시기였다”며, 올해도 유산균 시장은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지속되는 온라인 가격 경쟁 속에서 차별성을 갖지 못한 제품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쎌바이오텍은 이러한 시장을 예측하고, 현재의 저가 가격경쟁에 휘둘리지 않으며, 우리만의 차별성을 부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GRAS 등재가 남들과는 다른 대표적인 ‘차별성’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단순히 인증 성과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유산균 안전의 중요성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며 국내 유산균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GRAS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한국산 유산균의 우수성을 더욱 널리 알려, 10년 연속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1위의 영예를 굳건히 지키고, ‘K-유산균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가대표 유산균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