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고 있는 ‘소아청소년 2형당뇨’, 성인 당뇨와 유전적 특성 다르다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알려진 2형당뇨의 20세 미만 유병률이 최근 증가하는 가운데, 20세 미만에 조기 발병한 2형당뇨와 성인 때 발병한 2형당뇨의 유전적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곽수헌 교수와 보스턴어린이병원 제이슨 플라닉 교수를 비롯한 하버드, MIT 등 공동연구팀이 소아청소년 2형당뇨 환자 3,005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유전적 특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2형당뇨는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져 혈중 포도당 농도가 정상보다 높아지는 병으로, 갈수록 혈당 조절이 어렵고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이에 소아청소년기 발병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청소년 2형당뇨는 성인보다 가족력이 빈번하여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추정된다. 당뇨의 원인 유전자변이는 ▲다빈도 변이(흔하지만 유전적 영향력 약함) ▲희소 변이(매우 드물지만 유전적 영향력 강함) ▲단일유전자 당뇨 희소 변이(GCK, HNF1A 등 희귀질환인 단일유전자 당뇨를 유발하는 희소 변이)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소아청소년 2형당뇨의 원인 유전자변이를 파악하기 위해 환자군 및 대조군을 1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전장 엑솜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환자군 10명 중 2명(21.2%)이 당뇨 발병 위험을 3배 이상 높이는 원인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또한, ‘단일유전자 당뇨 희소 변이’는 2.4%였는데, 이는 사실상 소아청소년 2형당뇨 환자들이 다른 유형의 당뇨를 앓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단일유전자 당뇨는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거나, 아예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2형당뇨와 다르다. 그밖에 ‘단일유전자 당뇨 외 희소 변이’는 3.4%였으며 성인 2형당뇨 발병과 연관된 ‘다빈도 변이’는 12.6%였다.
연구팀은 이제껏 임상 현장에서는 증상을 기준으로 당뇨 유형을 구분했으나, 이 결과로 볼 때 연구팀은 정확한 당뇨 진단과 치료를 위해선 유전학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분석 결과, 같은 종류의 유전자변이라도 성인보다 소아청소년에서 2형당뇨를 유발할 위험이 더 컸다. ‘다빈도 변이’가 실제로 당뇨 발병에 미치는 영향력은 성인 대비 소아청소년에서 3.4배, ‘희소 변이’는 5배 컸다. 즉 소아청소년 2형당뇨는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며, 특히 희소 변이의 중요성이 높다.
한편, 소아청소년 2형당뇨의 임상적 특징은 개개인의 유전자변이 빈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령 ‘다빈도 변이’ 보유 환자는 성인 2형당뇨에 동반되는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났다. 또한 ‘희소 변이’ 보유 환자는 발병 연령이 더욱 어리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 밖에 비만 관련 MC4R, ATXNL 및 인슐린 분비 관련 HNF1A 등의 유전자가 소아청소년 2형당뇨의 발병과 연관된 것으로 연구를 통해 새롭게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대사(Nature Metabolism, IF:20.8)’ 최신 호에 게재됐다.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1저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전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 없던 소아청소년 2형당뇨의 유전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며 “당뇨뿐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에서도 이 같은 유전학적 접근 방식을 통해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