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무인도의 디바', 내가 나를 계속 이겨야 했다" [인터뷰]
박은빈이 흥행 아이콘임을 재입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글로벌 히트를 친 데 이어 '무인도의 디바'에서도 성장 서사를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사투리 연기에 노래까지, 어려운 도전이 많았던 '무인도의 디바'를 끝낸 박은빈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박은빈)의 디바 도전기를 그린 드라마. 극 중 박은빈은 우연한 사고로 인해 외딴섬에 갇히게 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 역을 맡았다.
'무인도의 디바'는 1회 시청률 3.2%(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로 시작해 9.0%로 막을 내렸다. 약 3배에 달하는 시청률 상승을 이끈 데에는 박은빈의 힘이 컸다. 박은빈은 작품을 위해 실제 가수 못지않은 가창 레슨을 소화했고 수준급의 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십수 년 동안 무인도에 갇혀 있던 소녀가 세상에 적응해가는 성장사, 그리고 로맨스까지 더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를 떠나보내며 "7~8개월 동안 길게 촬영했는데 6주 만에 방송이 끝나서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다행히 최고 시청률로 끝났다는 타이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전작 최고 시청률 17.5%에 비해 다소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던 것에 대해 "절망적이거나 낙담하지 않았다"라고 운을 뗐다. 박은빈은 "첫 회 시청률은 제가 예측한 대로였다. 그래서 놀라진 않았고, 잘 준비한 대로 쌓아나가면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예상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평소 캐릭터를 연구할 때 노트를 작성하곤 한다는 박은빈은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하늘색 배경의 토끼 캐릭터가 담긴 노트를 들고 왔다. 이와 함께 "저도 이제는 디지털화가 돼서 탭에 쓰기도 한다"라며 태블릿PC까지 내보였다. 박은빈은 "이번에는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적어본 것 같다. 이 역할이 사투리도 해야 하고 노래도 해야 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내용도 많이 썼다. 제가 생각하기엔 진짜 프로 가수들을 따라 하기보다는 '나는 어떤 음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그런 걸 알아가는 과정을 노트에 적었다"라고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박은빈은 목하가 무인도에서 보낸 시간이 '정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작품 기저에 깔린 이야기는 '모두 각자만의 무인도에 갇혀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그게 정체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목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라며 "저도 이 작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내 속에도 무인도라는 공간이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품고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냐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인물 간의) 관계를 주고 받는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작품에 끌렸던 지점을 덧붙였다.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 OST를 직접 불렀다. 3단 고음까지 소화하며 대중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촬영 전부터 레슨에 돌입했다는 박은빈은 "6개월 동안 세 시간씩 총 43번의 레슨을 받았다"라며 "8월부터 녹음을 시작했는데 작곡가님의 디렉팅을 직접 받으면서 실력이 쑥쑥 향상될 수 있었다. 제가 녹음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진정한 디바 도전기라 할 정도였다.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찍어 놨어야 하는데'라고 할 정도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소화하기 어려웠던 곡으로 '그날 밤'을 꼽았다. 박은빈은 "정말 죽을 뻔했다. 노래 자체가 되게 리듬을 잘 타야 하고 감성이 가득해야 해서 어려웠다. 어쿠스틱 버전과 경연 버전이 따로 있어서 내가 나를 계속 이겨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무인도의 디바'는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박은빈이 선택한 차기작으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차기작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박은빈은 백상예술대상 수상 덕에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고 답했다. 박은빈은 "확실히 '우영우' 이후에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졌다는 생각은 들었다.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게 생각보다 (제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큰 상을 받고 나니까 오히려 신기하게 '배우로서 조금 덜 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담감이 낮아질 수 있었다"라며 "더 쟁취하기보다 언젠가 받고 싶었던 상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는 즐기면서 마음 편하게 연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데뷔 28년차, 아역부터 시작해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로 살아온 박은빈은 그저 소박한 꿈을 꾸고 있었다. 배우로서 욕심을 부리기보다 그저 묵묵히 정도를 걸어가고 있는 그다.
"제 한몫 건사하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고 내 앞가림 하나만 잘 하자는 아주 소박한 삶을 꿈꾼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이니 각자 할 일만 제대로 하면 서로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