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하늘을 지켜라”… 환경 오염에 맞선 가상의 정체
이동 수단 탄소배출 1위 ‘항공기’, 버추얼 트윈으로 친환경 날개 달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COP28 참가국은 13일(현지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자는 ‘탈화석연료 전환’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협약 내용의 구체적 이행을 논의하는 자리다. 세계 199개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류의 노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로 여겨진다. 1995년 베를린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 28번째를 맞이했다.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 COP28 의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총회에서 2주 동안 협상을 통해 마련된 합의안 ‘전 지구적 이행점검 합의’가 만장일치로 최종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약 200개 당사국이 폐막일을 하루 넘겨 타결한 21페이지 분량의 합의문에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1.5도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를 위한 8가지 방안이 들어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배출가스 저감이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를 가속하는 데도 합의했다.
에스펜 바스 아이데 노르웨이 기후환경부 장관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한 텍스트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단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 방지에 함께 노력하고 탄소배출 저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하늘에서도 마찬가지다. 2019년 열린 COP25에선 재밌는 일화가 있다. 스웨덴 출신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항공기 탄소배출에 항의하는 의미로 요트로 대서양을 건넜다. 기후변화를 얘기하는 중대한 자리에 주요 참석자가 이동 수단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항공기를 타고 온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실제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만 명이 1㎞를 이동했을 때 배출하는 탄소량은 비행기가 자동차의 2배, 기차의 20배에 달한다. 항공업계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3%다. 이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는 대체 친환경 연료로만 구동되는 버진 애틀랜틱의 비행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 JFK 공항까지 시험 운행됐다. 항공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함이다. 이 항공기에는 농작물이나 가정 쓰레기, 식용유 등 다양한 폐기물에서 나온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가 채워졌다.
최근 항공 업계는 연료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시도를 하고 있다. 하늘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주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다.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이다. 추얼 트윈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응용한 개념으로 외형 이미지를 복제하는 것을 넘어 가상세계에 현실과 똑같은 제품이나 공간을 구현하고,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뜻한다. 가상세계에 똑같은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세계 문제를 가상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우주산업과 항공 발전은 많은 부분에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로 인한 환경 오염 역시 발생한다”며 “오래된 항공기 폐기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은 시간 경과에 따른 다양한 비행 조건에서 구조적 결함, 피로, 부식 및 균열 등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 환경에서 완벽한 에너지 효율 관리를 위한 설계 개선을 할 수 있다”면서 “많은 기업이 항공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버추얼 트윈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에어버스, 버추얼 트윈으로 친환경 항공기 제작
대표 기업은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다. 방위산업체인 EADS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기업은 저렴한 항공료와 친환경적인 비행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항공기인 A350 XWB에는 이러한 기술이 담겨 있다. 이 항공기는 공기 역학적 날개와 지능형 기체로 이뤄져 있다. 기체와 날개 구조 모두 탄소섬유로 제작됐는데, 탄소섬유는 제트 항공기 전체의 50% 이상에 사용됐다.
디디에 에브라(Didier Evrard) 에어버스 A350 XWB 프로그램 부문 부사장 겸 책임자는 “A350 XWB는 경량 소재인 탄소섬유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최초 항공기”라며 “공기 역학적 효율을 높여 연료가 적게 들고 운행 소음도 줄었다”고 말했다.
에어버스는 이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 플랫폼을 활용했다. 3D익스피리언스는 디자인, 설계부터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제조, 운영 등 모든 공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에어버스는 이 플랫폼을 엔지니어링부터 제조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 적용해 다양한 부서에서 공통의 목표를 갖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에어버스에서 A350 XWB PLM 프로그램을 책임졌던 앙투안 스코토(Antoine Scotto)는 “과거에는 현장별로 자체 디지털 실물 모형을 보유하 각자 작업을 했는데 의사소통이 불충분해 설계 시간이 늘어나고 오류가 속출했다”면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덕분에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회상했다.
◇ 항공기 폐기 문제, 버추얼 트윈이 줄이다
항공기 폐기에 사용된 사례도 있다 위치타 주립대학의 국립항공연구소(NIAR)는 버추얼 트윈을 활용해 노후된 기체의 지속성을 향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NIAR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B1-B 및 UH-60L 기체의 도면을 버추얼 트윈 모델로 변환한 결과, 기체의 유지 관리 전략 및 업그레이드,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0년 후 혹은 15년 후에 발생할 잠재적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의 향후 수명을 과학적으로 탐지해낸 것이다.
NIAR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MRO(Maintenance, Repair & Operation)도 진행하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보통 여객기는 수명이 다하면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고 금속 재생을 위해 파쇄하는 경우가 많다. NIAR은 여객기가 수명이 다했을 때 화물기로 운행한 지를 버추얼 트윈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게 되면 항공기 수명이 15~25년에서 35년 이상으로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수명을 다한 항공기의 폐기물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도 줄였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NIAR는 엔지니어링 단계에 들어가기 전 3D 레이저로 항공기를 스캔해 새로 설계된 부품을 다쏘시스템의 3DEXPERIENCE 플랫폼에서 확인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개조 적합성과 기능을 사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드론 설계에 발생하는 에너지 감축
버추얼 트윈 기술이 드론에 사용된 사례도 있다. 태양광 드론 시스템을 제조하는 프랑스 스타트업 ’XSun’ 사례다. 이 회사는 드론 구조와 랜딩 기어, 프로펠러, 배터리, 동체 등 서브 구조의 작업을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를 한 공간에서 설계·통합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서다.
대표적으로 공기 역학을 3D익스피리언스에서 시험하고 있다. 드론의 컴포넌트를 수정했을 때 공기 역학적 필드의 동작을 바로 분석하고, 전체 설계가 준비되는 즉시 드론 성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나씩 작업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고 있다.
XSun 관계자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설계 협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일례로 우리는 이중지지 날개를 설계할 때 적절한 비율을 찾기 어려웠는데 많은 팀이 가상에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테스트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