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려운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내게 청춘 그 자체…성장한 걸 느껴요"
청춘의 싱그러움이 사람으로 표현되면 이런 느낌일까. 어딘지 모르게 단단함이 느껴지는 애티튜드에 때로는 서글서글하게 웃는 눈매, 담백하게 내뱉는 말투까지, 배우 려운을 만난 첫인상이 그랬다.
최근 려운은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 그야말로 반짝이는 청춘을 연기했다. 작품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 소년 은결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와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다. 극 중 려운은 과거로 가게 되는 판타지적 소재 속에서 가족애와 우정, 사랑까지 그려내며 주연 활약을 펼쳤다.
려운이 연기한 '하은결'은 다방면에서 캐릭터의 서사를 쌓아야 하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주연 부담감까지 가져가야 했다. 대본을 처음 받아본 려운은 단번에 몰입했고 자신과 닮은 은결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회사에서 대본을 넘겨받고 너무 몰입이 돼서 봤어요. 글을 보면서 운 게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가족에 대한 서사도 정말 이해가 되었고요. 은결이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기에 '은결이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은결이와 어느 정도는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이 1순위인 점,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에는 열정적인 점이요. 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완전 직진하는 점도 비슷해요. 하지만 은결이 같은 경우는 어린 나이부터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점을 보면 참 대견하다 싶죠."
시간을 초월해 젊은 시절 아빠를 만난다는 설정은 그리 흔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려운은 그런 작품을 두 번이나 만났다. 지난 2020년 '18 어게인'에서는 젊은 시절 모습으로 변한 아버지와 친구가 됐고,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청춘의 아버지와 밴드를 꾸린다. 려운은 전작을 고려해서 작품을 선택했던 건 아니라고 웃어 보였다.
"두 번이나 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역할을 한 거요? 저도 주변에서 말해줘서 '진짜 그렇네' 했어요. 두 작품에서 모두 젊은 시절의 아빠를 만난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18 어게인'에서는 아빠가 저를 아들이라고 인지하고 있고,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는 아빠는 자각하지 못 하고 있잖아요. 그런 점이 달랐죠. 이렇게 하고 보니 신기하긴 했어요. 이런 설정이 흔치 않잖아요."
"시간 여행을 한다면요, 전에는 과거로 돌아가서 키가 더 크기 위해 줄넘기를 하던가, 아니면 어린 시절에 성악을 배워봐도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타임머신이 있고 그걸 단 한 번만 쓸 수 있다면 아버지의 젊은 시절로 가고 싶어요. 그때 당시 아버지도 밴드를 하셨고, 실제 이찬이처럼 프론트맨이자 기타리스트셨거든요. 그때로 가서 아버지 공연도 보고, 기타도 배우고 삼겹살에 소주도 하고 싶어요."
2017년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로 데뷔한 후 6년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려운에게 그동안 어느 정도 성장한 것 같은지 물었다. 려운은 처음 배우 꿈을 가지게 된 때를 떠올리며 "매일매일 도파민이 터지듯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학원에 가서 충격을 받았어요.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것도 정말 좋고, 학원생들끼리 소극장에서 무대도 올리고, 방학 때는 서울에 고시텔 얻어 학원도 다니고 했어요.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게 정말 행복했거든요. 그때부터 '배우 말고는 다른 건 못하겠다'는 생각이 짙어졌어요."
"이젠 현장에서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매일매일 긴장되고, 현장 갈 때가 싫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편안해졌어요. 스태프들과도 잘 어울리고 여유가 생기니까 현장이 더 즐거워지더라고요. 점점 제가 준비한 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성장한 걸 느껴요."
아직도 한창의 청년이지만, 려운에게 가장 청춘이었던 때를 물으니 '반짝이는 워터멜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려운은 학창 시절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때만큼이나 작품과 은결이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저에게는 정말 '청춘'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은 가족도 있고 우정도 있고, 설렘과 갈등 모든 것이 다 있잖아요. 이런 걸 다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더 사랑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저 역시 촬영하면서도 '이게 청춘인가' 싶은 순간들이 많았고요."
올해로 스물다섯, 내년이면 20대 후반부를 맞이할 려운은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지 궁금했다. "학생 역을 주로 해왔는데, 언젠가 첫사랑의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짝사랑도 좋고요. 처음 사랑을 느끼는 소년, 청년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디테일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영화도 좋아하거든요. 다른 장르를 꼽자면, 강한 캐릭터도 소화해 보고 싶어요. '존윅'처럼 총기 액션을 펼치는 그런 역할요. 총기 액션이 욕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