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지방증 있으면 ERCP 시술 후 췌장염 발생확률 2배 증가
췌장에 지방이 쌓이는 췌장지방증이 있으면,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이하 ERCP) 후 췌장염이 발생할 위험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세우(교신저자)·이진·고동희·이경주 교수, 영상의학과 민선정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차 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한양대학교구리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CT 검사로 측정한 췌장지방증이 ERCP 후 췌장염 발생에 미치는 임상적 영향: 다기관 전향적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췌장지방증과 ERCP 후 췌장염 발생위험의 연관성에 대한 최초의 연구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고 병변을 관찰하는 시술이다. 해당 시술은 담관 및 췌관의 여러 질병을 진단함과 동시에 치료까지도 가능하지만, 시술 후 합병증으로 급성췌장염, 출혈, 천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급성췌장염은 오랜 기간의 치료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많은 사회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
ERCP 후 췌장염 발병률은 평균적인 위험도를 가진 환자는 약 4.5%, 고위험군은 약 10% 내외로 알려졌다. ERCP 후 급성췌장염은 현재까지 예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췌장에 지방이 낀 췌장지방증이 있는 경우 ERCP 후 췌장염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연구팀은 2020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과 각 병원에서 ERCP를 받은 527명을 대상으로 ERCP 후 췌장염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전체 환자 중 157명은 췌장지방증이 있었고, 나머지 370명은 췌장지방증이 없었다. 췌장지방증 여부는 CT 검사를 통해 비장 실질의 밀도 음영과 비교해 췌장 내 지방의 침착 비율을 분석해 진단했다. ERCP는 1만 회 이상 ERCP 경험이 있는 내시경 전문의에 의해 이뤄졌다.
분석 결과, 췌장지방증이 있는 157명 중 14%인 22명에서, 췌장지방증이 없는 370명 중 6.2%인 23명에서 ERCP 후 췌장염이 발생했다. 이후 연령, 성별, 당뇨병, 고혈압 등의 변수를 조정한 결과 ERCP 후 췌장염이 발생할 확률은 췌장지방증이 있는 그룹이 없는 그룹보다 2.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췌장지방증 발생의 위험인자로는 연령, 여성, 당뇨병 및 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이 꼽혔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 소화기내시경학저널인 ‘Gastrointestinal Endoscopy(인용지수(Impact Factor) 7.7)’ 8월호에 게재됐다.
박세우 교수는 “췌장지방증이 있는 경우 ERCP 후 췌장염 발생위험이 2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 이번 연구는 췌장지방증이 있는 환자에게 ERCP를 시행한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처방과 같은 예방조치를 시행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나이가 들수록 췌장 실질이 감소하고 지방으로 바뀌는데, 지방세포는 지방산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아디포카인 등 대사물질의 분비를 자극한다. 따라서 고령일수록 췌장지방증으로 인한 췌장염 발생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