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농어업을 국가의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요?
세계 경제의 불황 속 농어업의 잠재력
세계 경제가 불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각 국가들은 해당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변화와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의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고, 내수 시장도 침체되면서 불황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불황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서의 시스템 변화와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변화와 기술 혁신이 반도체, 자동차, 통신 등 주요 수출 산업에만 국한되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 신성장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농어업은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농어업의 산업 현실
농어업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주기가 길고 관성이 큰 산업으로, 변화와 혁신이 쉽지 않다. 또한 농어업은 먹거리 원천산업으로서 일부분은 국가의 보호 아래에 있는 내수 산업의 성격이 강하며,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농어업의 근간인 생산 분야에서의 인력 급감과 고령화로, 농어업 산업기반이 붕괴에 직면해 있다. 2022년 농림어업조사 통계에 따르면 농업 생산인구의 평균 연령은 68세로 조사되었다. 다른 산업에서는 은퇴한 후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들이 농업 분야에서는 주요 생산 종사자인 것이다. 그러나 자동화와 로봇화 기술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 인력의 대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반적인 농어업의 산업 구조는 취약하여 수익률이 낮고 투자에 대한 회수 기간도 오랜 걸린다. 이로 인해 신규 자본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우수한 인력 역시 유입되지 않고 있다. 즉, 농어업의 산업은 우수한 인적 자원, 자본, 신기술의 유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경쟁력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농어업 국가·공공기관의 존속 가능성
농어업의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인해 농어업이 먹거리 생산이라는 소극적인 역할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및 관련 국가·공공기관이 계속해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농어업이 국가의 근간 산업이며 농어업 발전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농어업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조치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농어업 관련 국가·공공기관의 변화 또는 축소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정책을 폈던 유럽 여러 국가들의 예를 주의 깊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농어업이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만 농어업 관련 국가·공공기관이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능형 농어업 시스템과 산업 경쟁력 강화
현재의 농어업은 인간이 주체가 되어서 주로 인력에 의한 생산과 경험에 의존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반면 기계와 컴퓨터는 인력을 보조하기 위해 일부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농어업은 컴퓨터가 주체가 되어 로봇에 의한 생산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농어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진행되는 글로벌 기술 발전 방향이다. 따라서 농어업은 이러한 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하고 혁신적인 농어업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
농어업을 지능형 시스템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여 첨단 지능정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농어업은 이러한 분야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 자동차, 로봇, 인공지능 분야 등의 첨단 기술이 농어업 분야에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입된 첨단 기술이 농어업 산업의 근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의 전 단계에서 다양한 가치사슬과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기업 육성과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농업의 첨단기술 활용
미국 농업은 대규모 경영을 통해 세계 식량 생산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농업에서도 다음 세대 농업을 위한 첨단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25개의 연구센터 중 4개가 농업 관련 연구센터이다. 이러한 연구센터들은 주로 디지털 농업 구현을 위한 로봇, 인공지능 모델, 작물의 특정 영양소 관리를 위한 농장 관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은 농업 분야에 최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후발 국가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미국의 농업 현장과 첨단 기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를 방문하였다. 실리콘밸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이 개발되고 경쟁을 거쳐 상용화되는 곳이다. 방문 중 놀라웠던 점은 이러한 최고 수준의 기술들이 농어업 분야에 활용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도심에서의 자율주행 자동차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자율주행 기술의 주요 적용 분야가 농업이나 국방 등의 비정형·비포장 도로로 이동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최대 수혜 기업이 구글이나 테슬라가 아닌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 민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역할
미래 농어업은 데이터, 로봇,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능형 생태계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지능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단기간 내에 구축하고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민간 영역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서 진행해야 한다. 국가는 디지털 농어업지도, 농어업 인공위성, 농어업용 통신, 한국형 지구측위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민간은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치사슬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요구되는 기술과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여 상용화해야 한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이러한 과정에서 농어업인이 소외되지 않고 농어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상호 간의 이해 충돌을 조율하고 민간의 의견을 청취하여 국가의 단계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 농어업에 대한 기대
70년 평생 농어업에 종사하면서 허름한 집 한 칸,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 굽은 허리만이 남았다면, 어느 누가 이 산업에 종사하겠는가? 이러한 농어업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농어업,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농어업,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농어업이 되어야 지속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어업의 산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미래 농어업이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국가의 신성장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글은 전문가의 기고문으로 본지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