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도현 "'나쁜엄마' 통해 욕심 버리는 연기 배웠죠"
2023년, 이도현은 자신의 해를 맞이했다.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에 핑크빛 소식까지 전하며 그야말로 대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또래 배우 중에서도 차분하고 젠틀한 매력으로 2030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이도현. 그런 이도현이 전 세대의 사랑을 받게 한 작품을 만났다. 바로 '나쁜엄마'다.
작품은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극 중 이도현은 아버지의 사망을 둘러싼 진실을 찾고 복수하기 위해 검사가 된 '강호' 역을 맡았다. 강호는 불의의 사고로 7살 지능이 되고,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삶의 행복을 찾으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나쁜엄마'는 강호의 성장과 애틋한 모자 서사로 안방극장을 웃고 울렸다. 그 덕에 시청률은 매주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최종회엔 12%를 넘기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나쁜엄마' 종영 직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이도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강호처럼 순박한 미소와 함께 등장한 이도현은 "강호를 잘 보내줬다"며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직도 친구들이나 부모님도 가끔 저를 '강호야'라고 부를 때가 있지만, 사전제작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있어서 수월하게 강호를 보낼 수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작품을 늘 겹쳐서 하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서 색다르고, 또 여유롭게 캐릭터를 보내주고 있어요."
이도현은 베테랑 배우도 어렵다는 연기를 해냈다. 게다가 36세 검사와 7세 시골 아이. 그 간극을 소화하는 건 어떤 배우라도 부담스러운 일일 터다. 이도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도 끝에 캐릭터를 구축했고, 확신이 섰을 땐 '강호' 그 자체가 됐다.
"정말 어린아이들은 너무 활발하잖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것들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감독님, 선배님과 연기하면서도 한 신을 다양하게 표현해 보기도 했고요. 초반에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강호가) 일곱 살로 돌아갔다고 한들 36살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중간에 원래 강호로 돌아왔을 때 괴리감이 적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간극이 크면 안 되겠다는 결단이 서고 나서부터는 편하게 7살 강호를 연기할 수 있었죠."
'나쁜엄마'는 모든 엄마와 자식들의 마음을 울렸다. 작품에 직접 참여한 이도현도, 아들을 줄곧 지켜봐온 모친도 같은 마음이 됐다. 그간 출연작 중에 가장 엄마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는 이도현은 '나쁜엄마'를 통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어머니도 드라마 보실 때마다 많이 우셨다더라고요. 이 드라마가 시작된 후로는 저를 '강호'라 부르시곤 해요. 어떤 작품보다도 '다음에 어떻게 돼'하면서 궁금해하셨어요. 아마 자신의 과거를 많이 대입해서 보셨었나 봐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바쁘시기도 했고, 저를 되게 엄하게 키우셨어요. 작품을 보고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엄마도 처음이라 어려웠고 뭘 몰랐던 것 같다'고.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실 줄 몰랐거든요. 우리 작품이 전국에 계신 많은 어머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도현은 인터뷰 내내 라미란을 '어머니'라 불렀다. 리딩 때 만나 호칭 정리를 했다고 말한 이도현. 사실 라미란은 '누나'라 부르라고 했지만, 이도현은 "연기하면서 혼동이 될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지만 '엄마'라고 부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라미란과의 모자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극 중 많은 교감을 해야 했고, 또 감정 신도 많았던 만큼 이도현은 라미란을 의지하며 모든 신을 해낼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머니랑은 교감이 많이 돼서 울면 안 되는 신에서도 우느라고 피해를 끼치기도 했어요. 검사가 된 후 입양 동의서 드리러 갔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울면 내가 계획한 게 다 무너진다'는 생각에 간신히 참고 참으면서 했죠."
"선배님과 연기하는 신에서는 제가 뭘 특별히 준비해 가지 않아도 엄마만 보면 연기가 되는 걸 경험했어요. 제가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준비를 해가긴 하지만, 현장에서 선배님을 뵈면 '이렇게 연기할 수도 있구나', '순간에 집중이 되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부담을 가지고 연기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욕심을 비우는 연기, 현장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께 되게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