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소리로 폐 질환 판독하는 AI, 국제 권위 음성학회 등재
모두의연구소, 청진음으로 이상 여부 판독하는 AI 연구 성공
청진기 닿지 않아도 원격으로 질환 판독하는 가능성 열어
환자의 호흡소리를 듣고 폐 질환 여부를 판독하는 인공지능(AI)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입증됐다. 모두의연구소에서 모인 기업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연구한 결과다. 해당 논문은 8월 아일랜드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 음성 AI 학회 ‘인터스피치 2023’에 등재됐다.
인터스피치에 등재된 논문은 환자의 호흡 소리를 분석해 폐 질환 여부를 판독하는 연구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수포음(Crackle)과 천명음(Wheeze) 등 폐 질환 주요 징후를 분류해 질병 가능성을 찾아내는 연구에 관한 논문이다. CT나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해 폐 질환을 분석하는 AI 모델이 보편화된 것과는 달리, 소리를 통해 질환 여부를 찾아내는 기술은 아직 많지 않아 의료 판독 분야에 새로운 접근법을 가져온 연구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폐음 진단은 의사가 청진기를 사용해 환자 호흡소리를 직접 듣고 이상 여부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의료인이 아무리 전문 지식을 보유했더라도 해석이 주관적으로 이뤄져 상황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또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들은 챗GPT 등 상용화된 AI 모델에 주로 사용되는 트랜스포머 모델과 폐 청진음의 계층적인 레이블을 활용한 AI 기술을 활용해 수포음이나 천명음 등 이상 폐 청진음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소리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므로 의사가 직접 청진기로 환자와 접촉할 필요가 없어 감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객관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로 해당 논문은 음성 AI 분야 국제 최고 권위 학회인 ‘인터스피치’에 게재됐다.
이번 성과가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서로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는 국내 직장인들과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합심해 연구했다는 데 있다. 해당 연구는 AI 커뮤니티 기업인 ‘모두의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모두의연구소는 직장, 소속, 연령 등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이 모여 관심 있는 공통 주제를 자유롭게 연구하는 커뮤니티 기업이다. 어떤 주제의 연구를 올리면 여기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한다. 참여자는 직장인, 교수, 학생 등 다양하다. 이번 연구도 폐 청진음 분석 및 예측 AI 모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자유롭게 모여 연구해 성과를 낸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는 배상민·김성년 KAIST 김재철 AI대학원생, 김준우 경북대 대학원생, 이병조 동국대 대학원생, 조원양·백혜림 스마트사운드 연구원, 손소연·하창완·태경필 모두의연구소 연구원 등 9명이다.
이정호 스마트사운드 대표는 “수포음과 천명음 소리는 주요 폐 질환의 대표 소리”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상 폐 청진음을 분류함으로써 폐 질환의 조기 예방과 진단에 AI가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연구는 앞으로 폐 질환의 조기 발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시각 및 오디오 데이터셋을 대상으로 사전 학습된 모델을 호흡음 분류 작업에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라며 “현재 폐음 분류 정확도는 여전히 낮은 성능을 웃돌지만, 연구를 통해 폐음 분류 성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