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년 신입 자동화 로봇 ‘RPA’, AI 만나 승진하다
백승헌 유아이패스 전무 “RPA와 AI 기술 고도화로 ‘지능형 자동화’ 시대 열렸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업무 보조 도구로 사용되는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업무 자동화 영역에 자리매김한 로봇이 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다.
RPA는 사람이 PC 등 디지털 장비에서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대신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데이터 입력이나 추출, 이메일 전송 등 단순·반복 업무 프로세스를 대신 수행한다. 이 때문에 RPA는 그동안 ‘신입사원’에 주로 비유돼왔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채용되면 기존 직원의 부사수 역할을 하며 경력을 쌓듯이, RPA는 직원들의 부사수 혹은 비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업무 자동화 비서로서 만년 신입사원 역할을 하던 RPA가 드디어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AI 기술을 만나면서다. 단순·반복 업무만 주로 했던 RPA는 AI 기술과 결합해 경력사원이 하는 고도화된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해 텍스트 완성, 채팅 기능까지 가능해졌다. 업무 자동화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신입사원에서 승진한 RPA는 어떤 업무까지 할 수 있을까. 한국 1세대 RPA 전문가이자 2020년 RPA+AI를 뜻하는 ‘RPA 하이퍼오토메이션 플랫폼’ 책을 출간한 백승헌 유아이패스 전무를 만났다. 유아이패스는 유럽 루마니아에서 시작돼 미국에 본사를 둔 RPA 공급사다. 최근 23.4 버전을 출시하면서 오픈AI 커넥터를 탑재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Q. 처음 생소했던 RPA가 이젠 익숙한 기술이 된 것 같다.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떤가.
“한국에 RPA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2018년부터다. 금융기관 등 각 산업에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보면 국내 RPA 시장은 4년 정도 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RPA라는 표현보다는 자동화를 뜻하는 오토메이션이라고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RPA 관련 뉴스가 과거처럼 많이 기사화되고 있지만, 자동화에 관한 관심만큼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유아이패스 글로벌 성장세나 매출 증진 사례, 고객 사례만 보아도 그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Q. 2020년 RPA+AI 개념의 ‘하이퍼오토메이션’을 소개한 점이 인상 깊었다. 지금은 진정한 하이퍼오토메이션이 됐을 것 같은데.
“RPA가 업무 자동화를 위한 뼈대라면 AI는 더 고도화된 자동화를 지원하는 살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RPA에 챗GPT를 연결하면 기존 자동화된 업무에 텍스트 생성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업무 관련 소통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자동으로 추출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서 이 메시지 초안을 작성하는 것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업무 담당자는 일손을 줄이고 주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처럼 RPA와 AI가 융합해 더 고도화된 업무까지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
Q. 더 고도화된 업무까지 자동화됐다면 어떤 것까지 가능한가.
“과거 자동화는 태스크 기반(Task-based)으로 이뤄졌다. 한 예시로 경력증명서 등의 서류를 찾아 이를 요청한 사람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는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했다. 지금은 이보다 더 복잡한 프로세스에서 자동화가 이뤄진다. 태스크 자체뿐 아니라 태스크와 태스크 사이의 과정에도 자동화가 도입됐다. 국내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하면 한 화학 회사에서는 문서 처리 및 결재 프로세스 업무 전체를 자동화했다. 이 업무는 각 문서를 읽어내고 이를 입력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내는 등 다양한 업무가 진행된다. 자동화 로봇은 이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하면서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정리해 담당자에게 물어본다. 담당자는 간단한 정보를 보고 승인만 하면 되는 식이다. 여기서도 로봇은 문서 데이터들을 처리하고 애매한 데이터는 구분해 사용자가 최대한 결정하기 편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사람과 로봇이 호흡을 맞춰 업무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구축됐다.”
Q. 오픈AI 서비스를 접목했다고 들었다.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자동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나.
“우리 솔루션에는 ‘애플리케이션 커넥터’ 기능이 탑재돼있다.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우리 플랫폼에 쉽게 탑재해 자동화 기능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도 애플리케이션 커넥터로 더 밀접하게 연결돼 사용자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제공된다. 이러한 기능을 토대로 LLM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리인퍼(Reinfer)’라는 회사를 인수해 고객사에 유입되는 여러 이메일과 메시지 등을 해석하고 이를 문맥에 맞게 분류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강화됐다.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한 것인데, 이 기능도 LLM 기반 AI 서비스의 일종이다.”
Q. 챗GPT를 사용하는 사례도 궁금하다.
“채용 분야에 쓰일 수 있다. 과거에는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하려면 인사 담당자가 직접 이력서와 직무 설명서를 비교하며 지원자들의 직무 적합성을 판단했다. 이 업무에 우리 서비스를 도입하면 RPA가 챗GPT에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자동으로 보내고, 챗GPT가 그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지원하게 된다. 적합성에 관련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RPA가 신뢰도 구간을 설정하고 그 구간에 포함되는 지원자와 포함되지 않는 사람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애매한 결과의 경우 해당 지원자 정보는 인사 담당자한테 전달해 사람의 판단 과정을 거칠 수 있게끔 한다. 이력서에 이미지가 있다면 경우에 따라 우리 이미지 인식 기술이나 관련 협업 업체 서비스를 통해 자동화를 지원한다.”
Q. AI가 RPA 기반 자동화에 도움이 되지만,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RPA는 위축될 수 있단 걱정도 든다.
“물론 두 영역이 꾸준히 성장하다 보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AI를 활용해 자동화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고, AI 업체는 AI 기술 자체에 주력할 것으로 생각된다. LLM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RPA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다. LLM을 근간으로 계속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고, 우리와 같은 자동화 업체는 오토메이션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론 각자 고도화된 두 영역이 더 유기적으로 연결돼 더 고차원적인 자동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물론 두 영역이 오버랩되는 부분은 많지만, 주축이 되는 기술이 다르므로 경쟁보단 상생 관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Q. 그렇다면 현재 업무 자동화 수준은 어디쯤 왔다고 생각하나.
“현재 단계를 보면 RPA와 AI가 결합된 하이퍼오토메이션에 확실히 들어와 있다고 파악된다. 앞으로는 더 고도화된 ‘인텔리전트 오토메이션(지능형 자동화)’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아이패스는 이를 위해 올해 슬로건을 ‘AI-Powered Automation’으로 정했다.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지능형 자동화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 소프트웨어 등 개발 영역이 중요해진 만큼 우리는 개발자가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해 쉽게 업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윙맨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다. 이 성과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Q. 고객사의 자동화 업무를 어떻게 지원하는지도 궁금하다.
“우리의 비즈니스 오토메이션 플랫폼은 크게 △발굴 △개발 △운영 등 3개 축으로 이뤄져 있다.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지 찾아내는 발굴 단계에서 우리는 다양한 마이닝 기능을 지원한다. 세일즈포스, SAP 등 시스템 로그를 갖고 새로운 자동화 기회를 찾아내는 ‘프로세스 마이닝’, 직원들이 PC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탭하는 등 PC에 남아있는 액티비티 로그를 기반으로 자동화의 기회를 찾아내는 ‘태스크 마이닝’, 회사로 유입되는 이메일, 메시지, 챗봇 대화 등을 분석해 자동화 기회를 발굴하는 ‘커뮤니케이션 마이닝’ 등이다. 개발 측면에서는 과거 사용자경험(UX) 기반에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반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또 고객사 중 엔터프라이즈급에서는 적게는 1000대, 많게는 10만 대의 RPA 로봇을 사용하는 만큼, 이들이 소프트웨어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자동화 핵심성과지표(KPI)를 관리하는 툴도 지원하고 있다.”
Q. 보안에 민감한 고객사도 있을 것 같은데, 보안 조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유아이패스는 고객사 내의 자체 보안 체계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제품은 대체로 보안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자신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미 해군, 국내 공군 등 높은 수준의 보안 등급을 요구하는 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보안 관리는 철저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보안 규정을 준수하고 있고, 우리 보안 프로그램은 ‘베라 코드’라는 보안 심의 기관에서 최고 등급 수준의 인증도 받은 바 있다. 또 우리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할 때 어떤 보안을 준수하고 있는지 다 명시해야 한다. 고객사에도 내부 보안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과 내부 규정이 맞지 않으면 자동화 기술을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보안 관련 이슈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Q. 최근 국내에 업무 지원 소프트웨어가 많아졌다. 이들 기업과 협업도 하고 있나.
“어느 특정 회사의 이름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협업하는 회사도 있고, OCR이나 챗봇 등과의 회사와도 기술적 파트너십이 열려 있다. 글로벌적으로도 오픈AI, 워크데이, 세일즈포스, SAP 등 해외 유수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진정한 자동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만큼 협업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하고 싶다.”
Q. 현재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RPA 기업도 있고, 국내에도 RPA 공급사가 있다. 차별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국에는 RPA가 메인이 아닌 곳이 많다. 이러한 기업들과 비교해 유아이패스는 전 세계 직원들이 오토메이션에 총력을 다하는 회사다. 그만큼 제품 발전 속도나 완성도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그만큼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관리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10만 대 이상 로봇을 쓰는 곳도 있고 수천 대, 수만 대 로봇을 쓰는 곳도 있다. 이러한 로봇들을 잘 관리하고 KPI 성과를 내기 때문에 우리는 엔터프라이즈급 기업의 수요가 높다. 또 다양한 협업 기업들의 상용 소프트웨어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어떤 시스템이 들어와도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고객 피드백에서 나타난다. 개발과 운영이 용이하고 사용하기 쉽다는 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