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채원 "'법쩐', 로맨스는 없지만…이것도 결국 사랑이구나"
메이크업을 지웠지만, 존재감은 더욱 강해졌다. 문채원이 '박준경'이 되어 드라마 '법쩐'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지난 11일 SBS 금토드라마 '법쩐'(극본 김원석, 연출 이원태)이 종영했다.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 은용과 '법률기술자' 준경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문채원은 검사 출신 법무관 육군 소령 '박준경'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법쩐'은 쟁쟁한 금토극, 주말극 경쟁 속에서도 시청률 10%를 넘기며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문채원은 "이러한 소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다"라며 "우리 드라마에 남녀 사이의 사랑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간의 사랑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찍다보니 이것도 결국 사랑이구나, 옆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 얼마나 큰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접근하는 방식으로 '법쩐'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것이 조금은 새로웠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문채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에 선보인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 다양하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라며 운을 뗀 문채원은 "결국에는 어떻게 봐주냐에 따라 다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어떤 것을 하나만 반복하면 지겨울 수도 있고, 누구나 변화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자, 일에 있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작품을 촬영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묻자 "법률 용어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없어서 그런 것은 걱정했던 것에 비해 괜찮았는데, 특정 신 중에 걸리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나중에 선균 선배님이 얘기해 주셨던 것이 '네 역할을 내가 옆에서 보면 엄마에 대한 설정 때문에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샌드위치처럼 꽉 물려 있어서 뭔가를 자유롭게 하기가 힘들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많이 눌려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인물이 있는 반면, 역할 자체가 한 가지 마음으로 계속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채원이 해석한 '박준경'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비슷한 면도 조금은 있는 것 같은데,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라며 문채원은 "현실에서 만나게 되면 조금은 사람이 너무 딱딱하고 차갑기 때문에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박준경'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자 문채원은 "제가 미국 영화 중에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어른들이 정말 멋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공통적인 특징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기 때문에 멋있어 보이는데, (박준경 역시)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캐릭터처럼 나오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외면적인 부분은 어디에 가든 항상 단정하게 할 것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러한 모습을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가져가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의상에서는 단정함을 강조했다면, 메이크업 부분에서는 거의 민낯에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배우로서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처음에는 조금 그랬었다"라며 "데뷔 초에 뭣 모르고 미용실에서 화장해 주는 대로 촬영을 하고 이럴 때 빼고는 언젠가부터 화장을 많이 하고 나온 역할은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작품은 너무 최소화를 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됐지만, 감독님께서 멋있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덕분에 금방 괜찮아졌고, 현장에서 모니터를 할 때도 좋았다"라고 답했다.
또한 "내면적인 부분은 상황 때문이기도 했고, 원래 성향이 건조하기도 하다. 모범생이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는, 그렇다고 누가 미워할 사람도 아닌 정의로운 성향이라 그런 것을 끝까지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러한 건조함을 가져가면서도 "생명력은 있어야" 했다. 문채원은 "너무 건조해지면 생명력이 없거나 힘이 없어 보일 수가 있는데, 작가님께서 그런 방향은 원하지 않으셨다.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꾸준히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주변의 작가님과 감독님의 피드백을 수용하며 찍었다"라고 전했다.
'법쩐' 최종회에서 각종 악행을 저질렀던 '명 회장'(김홍파)과 '황기석'(박훈)은 구속된다. 복수를 완성한 박준경은 어머니 '윤혜린'(김미숙)의 삶을 담은 책을 냈고, '장태춘'(강유석)의 제안으로 검사로 복귀한다. 결말에 대해 만족하는지 묻자 "이것 이상의 복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값을 치르게 하고, 그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돈과 권력을 빼앗게 된다. 복수를 했다는 것에 더해 주인공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편안해지는 것까지 써주실 줄은 몰랐다.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시고, 설명을 하고자 노력을 하신 것 같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말 그대로 '정의로운' 해피엔딩이다. 황기석 검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물었던 준경에게 정의는 무엇이었을까. 문채원은 "태춘의 대사 중에 '나는 그냥 우리 엄마 말 잘 듣는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라는 말이 있다. 준경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도 그런 것 같다"라며 "박준경이나 은용이 같은 경우,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분명 잘못된 선택을 한 것들이 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준경이를 옭아매는 과오가 있으니 자신을 대신해 판을 마무리할 사람이 필요한데, 거기에 대한 희망을 태춘이한테 걸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준경과 은용의 러브라인이 닿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문채원은 "작가님과 처음 사전 미팅을 할 때 나중에 연인이 되는 관계인지 여쭤봤는데, 딱 잘라서 '그런 감정이 아니'라고 얘기해 주셨다. 오로지 사람으로 서로 의지하고, 가족처럼 서로를 메워주는 관계라고 설명해 주셨다"라며 "그래서 저는 오히려 깔끔했던 것 같다. 만약 애매한 감정선이 있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어려웠을 것 같다"라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채원은 이제 또 다른 얼굴로 관객들과 만날 것을 예고했다. 아직 차기작은 결정짓지 않았지만, '법쩐'에 앞서 촬영을 마친 영화가 있다. 문채원은 "영화는 좀 밝고 코믹 요소도 있는 것을 찍어서 '악의 꽃' 이후에 그걸로 분위기를 풀고, 다시 이거(법쩐)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라며 해당 영화가 올해 중 개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악역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을까. 문채원은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해요. 저한테 악역 이야기를 잘 안 하신다"라며 "아마 (도전하게 된다면) 보는 분들도 그렇고, 저도 놀라지 않을까요? 기회가 생기고, 너무 문턱이 높아서 연기를 못하겠다는 정도가 아니라면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기회가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으니까 그런 제안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