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설탕 뺐다… ‘제로’ 열풍 이어지는 유통가
알코올 없는 맥주, 설탕 빠진 음료, 동물성 성분과 글루텐 없는 건기식 등 유통가에 제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로’ 트렌드로 최근 유통업계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 건강에 유익하지 않은 성분을 점차 줄이고 빼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대표상품 ‘하이트제로0.00’은 2012년 11월 국내 최초로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로 출시 이후 누적 1억 캔 이상이 판매됐다. 출시 후 몇 차례 리뉴얼을 거치며 알코올, 칼로리, 당류 3가지 모두가 제로인 올프리(ALL-FREE)로 거듭났다. 이에 지난 2022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1% 신장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6월 저칼로리 무당 맥주 ‘클라우드 칼로리 라이트’를 선보였다. 칼로리는 기존 클라우드 오리지널 500mL 대비 60% 낮은 99kcal이며 올 몰트(All Malt)로 맥주 고유의 풍부한 맛은 그대로 살렸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클라우드 오리지널(5도) 대비 2도 낮춘 3도다.
설탕을 뺀 음료도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18일 제로 칼로리·제로 슈가인 ‘환타 제로 포도향’을 출시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 농심의 ‘웰치 제로’ 등도 기존 음료시장 인기 제품을 제로 슈가 버전으로 출시한 경우다.
지난해 슈가로로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110억 원을 기록한 푸드테크 기업 인테이크는 올해 첫 신제품으로 ‘슈가로로 클리어 콜라’를 출시한다. 이 제품은 단순히 설탕과 칼로리를 뺀 제로 콜라의 영역을 넘어 색소, 카페인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올-프리(All-Free)를 표방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투명한 컬러의 콜라로 선보였다는 점이다. 인테이크 관계자는 “콜라 특유의 진한 갈색 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캐러멜색소가 최종당화산물(AGEs: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로, 노화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색소를 빼고, 카페인도 들어있지 않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업계는 무알코올, 무설탕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다양한 건강 관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지를 다채롭게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동물성 성분을 전면 배제한 ‘비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글루텐을 제거하고 만든 ‘글루텐 프리’ 등 소비자의 다양한 건강 관리 니즈에 활발히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건강 직구 플랫폼 아이허브를 살펴보면,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식료품’ 카테고리에서 4400여 개의 제품 중 글루텐 무함유 특성을 가진 제품은 2250여 개로 확인된다. 식료품 외에도 뷰티, 건강 보충제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필터 기능을 통해 제로 슈가, 유제품 무함유 등 원하는 특성을 가진 제품을 골라볼 수 있다.
아이허브의 대표 제품 ‘CGN 락토비프’는 비건, 글루텐 프리를 적용한 대표 건기식 제품이다. 유전자 변형 성분이나 대두도 포함하지 않았다. 해당 제품은 특히 글로벌 판매량 중 60% 이상이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허브 코리아 최지연 지사장은 “한국은 아이허브의 주력 시장일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제로를 비롯해 비건, 글루텐 프리 등 다양한 분야의 건강 관리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들이 앞으로 한국 시장에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유통업계 또한 글루텐 프리, 비건 식음료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GS25는 변비, 소화 장애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글루텐 성분을 제외한 ‘달롤 제로밀롤’을 선보이며, 출시 2개월 만에 1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다. 국내 최초의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 브랜드 ‘달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디저트로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국산 최고 품질의 김포금쌀가루을 원료로 했다.
매일유업이 2021년 9월 출시한 오트 음료 ‘어메이징 오트’는 식물성 대체유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타고 출시 1년 만에 1800만 팩이 판매되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2000만 팩 이상 판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화도 탄산음료 브랜드 ‘맥콜’과 ‘부르르 제로 사이다’에 비건 인증을 받았다. 원료는 물론 제조, 가공, 조리 모든 단계에서 동물 유래 성분이 아닌 100%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했으며, 동물실험도 진행하지 않았다. 부르르 제로는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을 사용해 탄산 특유의 달콤함과 청량함은 살리고 칼로리를 0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