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어떤 길도 거침없는 '지프, 글래디에이터'
계단, 물웅덩이 등 오프로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프 캠프에 참가했다. 지프 캠프는 지프 브랜드가 자랑하는 67년 전통의 세계 최고 오프로드 축제로 매년 미국,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지프 어드벤처, 지프 잼보리 등의 이름으로 개최되고 있다.
1953년 마크 A. 스미스가 155명의 친구와 함께 각자 자신의 지프 모델을 타고 루비콘 트레일의 화강암 루트를 통해 시에라 네바다 산을 넘어 캘리포니아주 타호 호수에 도착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지프 잼보리'가 됐다.
국내에서는 스텔란티스 코리아(당시 크라이슬러코리아)가 지난 2004년 동북아시아 지역 최초로 개최된 이래 매년 그 규모와 참가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예년 참가자들 또한 매년 연속 참가를 희망하며 지프 캠프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처음 열렸던 지프 캠프에는 45팀 180여 명이 참가했었고, 10주년인 2014년에는 약 5배로 규모가 커져 200팀 800여 명이 참가해 지프 브랜드와 오프로드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이 놀랄 만큼 증가했음을 보여줬다. 16회째를 맞이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개최돼 신청 페이지 오픈 10분 만에 선착순 마감됐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참가한 총 200팀 65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 지프 캠프 장소는 지난해와 같은 강원도 양양 오토 캠핑장으로 대지 면적 2만4000평, 약 250개 캠핑 사이트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캠핑장이다. 지프는 친환경 '그린 캠핑' 콘셉트로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고,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참가자에게는 재활용이 가능한 텀블러와 함께 쓰레기봉투, 바다 정화 활동을 위한 쓰레기봉투와 장갑 등 용품이 지급돼 친환경 캠핑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지프 캠프에 참가해 글래디에이터를 타고 다양한 구조물로 구성된 '지프 웨이브 파크'를 직접 체험했다. 모래가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을 달리는 비치 드라이빙을 시작으로, 송전 해변 일대에 조성된 지프 웨이브 파크는 수로, 바위 언덕, 통나무 등 총 14개 다양한 오프로드 코스로 구성됐다.
글래디에이터는 1947년부터 약 반세기 동안 지프 브랜드가 트럭 생산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집약해 '2018 LA 오토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최초 공개한 모델이다. 지프의 풍부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탁월한 개방감과 다용성을 제공하고 혁신적 오프로드 기능들이 접목되며 출시 당시부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및 아시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차체 크기는 전장 5600mm, 전폭 1935mm, 전고 1850mm, 휠베이스 3490mm로 동급 중형 픽업과 비교하면 포드 '레인저'보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241mm, 270mm, 쉐보레 '콜로라도'와 비교해 205mm, 232mm 길어 사실상 국내 경쟁 모델이 없는 덩치를 자랑한다. 여기에 공차중량은 2.3톤, 트렁크 용량은 1005리터에 달한다.
외관은 앞서 익숙한 랭글러의 헤리티지를 따르고 있다. 전면부는 지프 특유의 7슬롯 그릴을 유지하면서 슬롯 간 간격을 넓혀 더 많은 공기 흡입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이를 통해 더 강력한 출력을 바탕으로 높은 견인력을 발휘할 수 있고 좌우측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픽업트럭의 투박함을 버리고 지프의 최신 디자인이 반영됐다.
측면부는 강철 락 레일을 장착해 오프로드 주행 시 차체 손상을 막을 수 있게 디자인되고 오프로드 특성에 맞춘 휠과 타이어가 장착됐다. 지프 특유의 사다리꼴 휀더 디자인도 멋스럽다. 후면부는 전통적인 사각형 테일램프가 탑재돼 깔끔한 인상을 전달한다.
테일게이트는 픽업트럭에서 익숙한 앞뒤로 열리는 방식이고 트럭 베드는 가로 1450mm, 세로 1530mm, 높이 450mm로 약간 정사각형 모양을 띠고 있다. 안쪽으로는 LED 라이트와 고정용 고리, 230V 옥스 단자도 마련된 부분도 눈에 띈다. 바닥 면은 일반 철판이 아닌 특수 재질로 마감돼 높은 내구성을 자랑하고 화물이 없을 경우에는 롤업 방식 덮개를 장착하면 깔끔함을 전달한다.
실내는 경쟁 모델의 투박하고 단출한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차체가 높아 전방 시야도 잘 확보된다. 7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는 시인성도 뛰어나고 100가지 이상의 차량 정보를 설정할 수 있어 유용하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스티어링 휠 조작이 쉽고 안쪽으로 다양한 버튼도 마련됐다.
대시보드 상단 8.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조금 작은 감이 있지만 터치 조작이 가능하고 역시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다양한 차량 설정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한다. 곳곳에는 크고 작은 수납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돼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에도 유용하다.
파워트레인은 3.6리터 펜타스타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6.5km/l다. 여기에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모델답게 락-트랙 사륜구동 시스템과 트루-락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런셜 잠금 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 등을 탑재해 산, 바위, 계곡 등 어떤 환경에도 최상의 돌파력을 선사한다.
글래디에이터는 먼저 좁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 푸른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을 만났다. 모래사장에서도 글래디에이터는 힘차게 달린다.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어를 4L로 작동 시 모래 위에서 안정적으로 고속 주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조절한다.
지프 웨이브 파크에 구성된 다양한 장애물도 거침없이 지나갔다. 특히 물이 허리까지 가득 찬 늪지대는 지프의 최대 도강 능력인 76cm를 상회하는 스펙으로 강력한 수압을 헤쳐 나간다. 운전석은 확 트인 전방 시야를 제공해 다양한 코스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의외로 오프로드에서 민첩한 동작을 발휘한다.
경사각 25도 이상의 트랙션과 언더 트랙션, 통나무 범피, 시소, 수로, 머드 코스 등도 쉽게 주파했다. 운전자는 급경사에 차체가 기울어져도,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는 길을 만나도 스티어링 휠과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만 최대한 섬세하게 다루면 그만이었다. 특히 락-트랙 사륜구동 시스템은 바퀴의 토크를 크게 증가시켜 더 느린 속도로 크롤링이 가능한 4:1 로우 기어비로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제공해 최적화된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계단과 물웅덩이도 전혀 개의치 않고 통과했다. 운전을 마치고 나니 오프로드 주행 능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더 갖게 됐다. 짧은 시간 온로드 주행에서도 예상을 상회하는 안정적 승차감과 힘있게 밀어붙이는 가속 성능으로 만족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