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처음 느끼는 감정"…전종서, '몸값' 출연 후 사명감 느낀 이유
전종서가 특유의 광기 어린 연기로 또다시 대표작을 경신했다.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티빙 오리지널 '몸값'을 통해서다.
극 중 전종서는 매춘 여고생으로 위장한 장기 밀매 경매사로 분해 입체적인 역할을 거뜬히 해냈다. 어딘가 아이스러우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정상과 비정상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듯한 연기로 극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지진이 난 후 '형수'(진선규), '극렬'(장률)과 함께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서는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만 하는' 미묘한 캐릭터성을 더해 쫄깃한 긴장감을 유발했다.
여러모로 '몸값'은 전종서에겐 잊기 힘든 작품일 터다. 작품이 연인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데다, 그 어떤 출연작보다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촬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종서는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고, '주영' 그 자체로 분해 작품을 이끌었다.
"'몸값'은 제가 촬영했던 모든 작품 중에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촬영 기간은 가장 짧았는데도요. 처음부터 끝까지 물에 젖어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기도 해요. 촬영이 두 달 만에 끝나서 에너지를 확 쏟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빌런으로 보이길 바랐어요. 솔직한 게 주영이 매력이잖아요. 주영이의 전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기도 하지만, 성격적인 부분에서 매력이 있어 보이길 바랐어요.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 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배팅을 하듯 주사위를 던지는 식으로, 믿고 싶지 않지만 믿어야만 하는 그런 캐릭터이길 원한 거죠."
극 중 '주영'은 셈이 아주 빠른 인물이다. 거짓말도 능사다. 실제 전종서는 스스로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기보다는 리허설을 통해 상황을 익히고, '주영' 그 자체로서 신에 스며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가 여태까지 촬영한 작품 중에서 100% 대사를 숙지해서 공식 외우듯이 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몸값'은 원테이크 촬영에 연극적으로 가기 때문에 3일을 리허설을 하고 하루 촬영하는 식으로 촬영했어요. 저는 대본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외우게 됐고, 그러면서 점점 합이 맞아가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주영이처럼 그렇게 치밀하게 계산을 해서 딜을 하고, 이러지는 못하는 성격이에요. 따지고 보면 주영이와 아예 반대되는 성향을 많이 갖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서 하나만 생각하고 막 전력으로 질주하는 그런 모습이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냥 제가 웃기면 막 웃었고, 화가 나면 막 화를 냈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솔직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해소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작품에선 '주영'과 '형수'의 티키타카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기도 했다. 주영과 성매매를 하기 위해 가평까지 찾아온 경찰 형수. 이내 장기밀매 피해자가 될 뻔하지만, 자신을 죽이려 한 주영과 공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주영은 그런 형수를 '아저씨'라 부르며 쥐락펴락하고, 형수는 어쩔 수 없이 주영의 손에서 놀아난다. 이번 작품에서 진선규와 첫 호흡을 맞춘 전종서는 선배의 연기를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초반에 진선규 선배님하고 리허설을 하긴 했지만, 대사를 맞춰보고 서로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하고 하진 않았어요. 이 케미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요. 우선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하는 전 제 아이디어였어요. 아저씨와 소녀의 케미 같은 식으로 가져가고 싶었거든요. '아저씨, 아저씨' 하면서 이 아저씨를 쥐락펴락 갖고 놀고, 속이고, 골탕 먹이고 그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시청자분들만 아실 수 있는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드리는 거죠. 선배님은 계속 주영이에게 당하고 속고, 그렇다고 주영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을 끊임없이 잘 살려주셨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선배님을) 뵀던 모습은 유머러스했는데 실제로 만나 뵈니 정말 완전히, 철저하게 준비를 하시고 완벽성을 추구하시더라고요. 아이디어도 많으시고, 대사의 맛을 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님이 저렇게 하시는데,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하지?'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스타일의 차이구나 생각했고, 리허설을 통해 교집합을 찾아가면서 맞춰갔어요."
데뷔작 '버닝'을 시작으로, '콜', '종이의 집' 등 다크한 분위기의 작품에서 유독 빛을 발해 온 전종서다. 전종서는 "결국에는 유머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캐릭터가 불안하고 절망적일 수 있지만, 보시는 분이 유머를 가져가고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고, 저도 배우로서 그런 욕심이 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재밌게 봐주시는 대중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솔직히 이런 장르가 통한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요. 최근에 인스타그램 DM을 받는 게 있는데 아주 인상 깊었어요. '싸우고 폭력적이고 욕하고 피 튀기는 사이에서 주영이를 보면 희망차진다'고 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런 메시지를 받으니까 사명감이라고 할까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