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신기업] 이제 선박도 ‘자율운항’ 시대
현대중공업 산하 ‘아비커스’… 대형 선박 자율운항 성공 이어 레저보트용 기술 개발
선박 운행에서 사람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자율운항 선박’이 바다에 뜨고 있다. 대형 선박부터 레저용 보트까지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안전한 운항을 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는 중이다.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아비커스’는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초대형 LNG 운반선에 적용, 세계 처음으로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 보트쇼 ‘포트로더데일’에 참석, 레저용 보트의 자율운항을 위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선보였다.
자율운항 선박은 다양한 해상환경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최적 운항 경로를 탐색, 스스로 운항하는 미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물류 흐름을 효율화하고 운용비용을 절감해 경제성이 높고 인적 과실로 인한 사고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트’가 2017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95조 원에서 2028년 335조 원까지 연평균 12.6% 성장이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관은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를 위해 협약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선사는 물론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도 기술 개발과 시험 항해에 본격 나서는 중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일 울산 동구에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열고 본격적인 기술 실증에 들어갔다.
아비커스는 국내에서 완전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고 평가되는 기업이다. 2020년 4월 딥러닝 기반 항해보조시스템 ‘하이나스’를 개발 후 초대형 선박과 소형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6월 하이나스를 탑재한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을 시연했고 올해 6월에는 LNG 운반선이 자율운항으로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LNG 운반선이 횡단한 총 2만㎞ 거리 중 1만㎞는 AI 기반으로 자율 운항했다”며 “AI가 날씨와 파고 등 주변 환경을 인지해 최적의 항로를 찾은 뒤 실시간으로 조타 명령을 내리고 다른 선박의 위치를 파악해 충돌 위험도 100여 차례 회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선급으로부터 자율운항 대양 횡단의 결과 증명서를 받은 뒤 올해 안으로 하이나스 2.0 본격 상용화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비커스는 대형선에 이어 레저 선박의 자율운항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회사는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뉴보트’를 개발, 지난 7월 국내에서 ‘레저보트 완전 자율운항 시연회’를 가졌다. 또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포트 로더데일 국제 보트쇼’에 참석, 레저용 보트의 자율운항을 위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공개했다. 항해용 센서로 쓰이는 카메라와 도킹용 센서 카메라, 라이다 센서와 오토파일럿 유닛, 엔진 인터페이스 유닛 등이다.
해당 기술은 글로벌 보트용 업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보트용 전장업체인 ‘레이마린’은 아비커스와 자율운항 보트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레이마린이 제작하는 ‘보트용 다기능 디스플레이(MFD)’에 아비커스의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을 탑재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 다른 보트용 전장업체인 ‘가민’은 아비커스 측에 레이다·MFD 등 모든 전장 부분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레저용 보트는 자동차보다 조작 난이도가 어렵지만 아직 자율운항을 위한 기술이 고도화되지 않아 타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며 “레저 보트의 자율운항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 공개한 만큼 모든 선박의 자율운항 상용화를 위해 기술을 계속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