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메타버스 방송, 그래픽이 왜 그래요?
'부캐전성시대', '아바드림', '아바타싱어'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방송 콘텐츠를 여러 방송사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요즘은 방송 프로그램에 실시간으로 시청자가 댓글을 달 수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필자가 이런 프로그램들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비슷하게 자주 보이는 내용이 있다.
“그래픽 수준이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기 시절 같네요.”
“제작진은 언리얼 엔진을 모르나요? 그래픽이 왜 이래요?”
“90년대 사이버가수 아담 수준이네요.”
방송 제작진 입장에서는 뼈가 시릴 정도로 아픈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면이 많다고 토로하는 제작진들이 있다. 제작진 스스로 봐도, 메타버스 프로그램의 영상들이 시청자가 기대하는 SF영화 속 영상에 미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알면서도 왜 그렇게 만들까? 원인은 단순하다.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시간, 인력, 장비, 모든 것은 자원이다. 댓글을 보다가 GTA라는 게임 그래픽과 방송 프로그램을 비교한 내용을 봤는데, GTA 게임의 경우 현재 제작 중인 GTA6의 제작비는 6천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2시간 분량의 SF 영화를 제작하는 비용은 최소한 수백억 원에 달한다. 제작 기간도 최소한 1년이 넘어간다.
방송은 어떨까? 통상 2~3주 정도를 투자해서 1~2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최근 제작된 메타버스 프로그램의 경우 평균적으로 10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와 게임을 방송과 비교하기는 애당초 무리이다.
필자가 자원의 차이를 구구절절 설명한 이유는 제작진을 감싸주기 위함이 아니다. 방송은 영화, 게임과 제작환경이 다르다. 따라서, 자원의 한계로 극복하기 어려운 그래픽 퀄리티가 아닌 다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어서이다. 인류는 태초부터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그려냈다. 글자만 가득한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리고, 소설 속 세계에 빠져든다.
방송이 시각적 미디어이기는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캐릭터, 스토리, 세계관 등이다. 향후 메타버스에 기반 한 TV 콘텐츠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기보다는 시청자가 스스로 머릿속에 세계를 그려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시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영화 '다크나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진은 팬들이 웹 사이트, 영화 클립, 현실을 오가며 초현실적 경험을 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의 세상이다. 네모난 TV 화면, 단방향으로 흘러가는 영상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창조적, 도전적 시도를 메타버스 방송에서 보게 되길 기대한다. 물론, TV방송의 제작 환경이 개선되어서, 영화와 같은 그래픽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면, 더욱더 좋겠지만 말이다.
[김상균 교수]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 분야 학문적 권위자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지과학자다. 다수의 대학, 기업, 공공기관에서 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 등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아바타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로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metarism@metaplanet-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