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리즘 이시한 칼럼] 금융 비즈니스가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이유는?: 금융권에서의 메타버스 적용
금융권은 메타버스에 빠르게 반응했다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분야인데, 유독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빠르게 반응한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금융권이죠. 메타버스에서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신입사원 연수를 하더니 발 빠르게 메타버스 내에 지점을 개설하고, 최근에는 준비하던 플랫폼들까지 오픈하기 시작을 했거든요. 왜 이렇게 금융권은 메타버스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금융권이 나아가야 할 메타버스의 방향성은 어떤 것일까요?
보수적인 금융권이 메타버스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
최근 들어 금융권은 금융권끼리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들, 삼성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페이를 만들어서 은행의 기능을 많이 가져가 버리기도 했고, 스타벅스 같은 F&B 기업들은 선불충전금이라는 이름으로 고객에게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받아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뱅크 등이 속속 설립되면서 핀테크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실감이 되기 시작했는데, 간편하고 직관적인 이용방식은 전통 은행들의 이용객을 더더욱 감소시키게 만들었죠.
지금은 산업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일반화되어서, 돈이 되는 분야라면 속한 산업에 상관없이 일단 뛰어드는 시대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전통의 은행권들은 빅테크 기업이나 새로운 ‘힙’한 스타트업들과 무한경쟁에 내몰려 있는 셈이죠.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고객들이라고 할 수 있는 MZ세대들을 잡아끄는 경쟁에서 은행권은 유리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기존 유저들을 활용해서, 스타트업들은 기술과 트렌드를 활용해서 은행권과 경쟁을 할 거거든요. 여기서 기존 금융권의 고민이 발생합니다. 이런 구도에 큰 변화 없이 앞으로 10~20년이 흐른다면 기존 금융권은 그야말로 고사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도구로서 인터넷 모바일의 다음 버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모바일에서 뒤처졌던 행보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빅블러의 시대에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권에 관심을 가지듯, 금융권이 빅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죠.
유저들의 성향 분석을 통한 큐레이션
지금은 데이터의 시대입니다. 누가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가졌느냐에 따라서 효율성과 편의성이 달라지며, 결국 이익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시대거든요.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지점을 개설해서, 실제 대면 창구의 역할을 하게 했을 때, 중요한 것은 비대면으로도 은행 업무가 가능해졌다는 편의성이 아니에요. 물론 유저 입장에서는 이것이 중요한 유인이겠지만, 금융권의 입장에서는 창구업무가 디지털화되면서 고객 행동에 대한 모든 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해졌다는 게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지금의 인터넷 뱅킹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한 거잖아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금융업무가 이루어지면 훨씬 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가 있고, 그에 따른 유저의 행동이 있습니다. 그러면 창구에 와서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고, 아바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른 패턴 파악, 그에 따른 AI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저가 서 있는 위치, 유저가 관심을 보인 광고판 등을 추적 가능한 거죠. 아니면 아예 대놓고 성향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창구업무를 기다리는 동안 플랫폼 안에서 구슬을 걸고 하는 간단한 '홀짝 게임'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 일단 유저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거든요. 어느 정도 구슬을 모으면 금리 할인이나 환율 우대 같은 혜택을 주면서, 재미와 유익을 같이 준다면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하겠죠.
여기서 플랫폼이 가져가는 것은 홀짝 게임을 하면서, 알 수 있는 유저들의 성향 데이터입니다. ‘안전 지향’ 유형인지, 아니면 ‘인생은 한 방이다’ 유형인지 같은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죠. 그 데이터 분석이 바로바로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권하는 것이 더욱 솔깃하게 들릴 것인가를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상품 중에 고객에게 딱 맞는 큐레이션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야 성사 확률도 높고요. 이것은 고객의 개인 정보가 아니라, 행동 패턴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정보보안과도 상관이 없어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금융권의 역할
차세대 플랫폼 확보라는 금융권의 비전은 사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비전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는 진짜 중요한 이유는 전통 금융권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금융권이 아니기 위해서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죠.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은 예대마진입니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에서 나오는 이익이 은행의 주 수익원이었죠. 한때는 현금인출기의 수수료도 큰 수익이었는데요, 현금 쓸 일이 점점 없어지고, 가볍게 스마트폰으로도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현금인출기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죠. 마찬가지로 예대 마진은 인터넷 뱅크의 출현이나, 포털이 사실상 금융권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의 추세를 보면 언제, 어떤 식으로 수익구조로서의 매력을 상실할지 모르는 조금은 불안한 상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금융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거든요. 사실 금융권은 아직 그런 모델을 찾아내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본격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직 출현을 안 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의 초창기에 같이 행보를 맞추면서,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기회들을 엿보다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NFT와 암호화폐라는 가능성이 크게 작용을 합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원본 증명인 NFT(대체불가토큰)는 디지털상에서의 금전의 거래를 보증해 주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때 메타버스 내에서 통용되는 통화는 달러나 원화 같은 실물 통화는 아닙니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태생부터 글로벌이라는 점이거든요. 지역이 다르고, 국가가 다르다는 공간상의 제약은 메타버스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메타버스에서 무언가를 설계하고 만들어 낸다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보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메타버스 내에서 상거래가 일어난다고 할 때 그것이 달라나, 원화로 통일될 수는 없죠. 그래서 메타버스 안에서의 통화가 만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최근 론칭되는 메타버스들은 기본 통화를 설정하고 그것을 암호화폐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메타버스 내의 통화를 암호화폐 시장에 상장하는 거죠. 그러면 메타버스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번 돈을, 개발사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암호화폐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내의 화폐가 이런 식으로 디지털화되었을 때 금융권이 전통적인 화폐만 취급하고, 예대마진을 대신할 만한 수익구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상황에 내몰리게 됩니다. 현실 세계의 경제가 메타버스 내로 들어간 상황에서 그 안을 움직일 화폐는 전통적인 화폐 개념과는 다를 가능성이 많으니까요.
금융권이 메타버스 트렌스포메이션에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금융권이 메타버스에서 경쟁하게 될 기업은 같은 금융권이 아니라 IT 기업들입니다. 만만한 경쟁 상대가 아니죠. 실제로 IT업계의 사고방식이 메타버스에서 더 유리하니까요. 지금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기울이는 노력이 무늬만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메타버스의 금융은 IT업계에 넘어갈 수밖에 없어요. 생각의 틀을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금융권이 메타버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IT업계처럼 생각하고 설계하고, 움직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금융권의 성패는 결정권자들이나 중간 관리자층에서 얼마나 기존의 금융권에 맞춤 된 생각의 틀을 깨고, IT업계스럽게 생각할 수 있냐에 달려 있습니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크립토 겨울의 시기를 맞이하여, 금융권에서 그동안 추진해 오던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사업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겨울은 계절의 끝이 아닌 다음에 오는 봄을 맞이하는 준비기간입니다. 이럴 때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시한 교수] 이시한 교수는 연세대학교 박사 수료 후 성신여자대학교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인 ‘지식 탐험가’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버스의 시대’, ‘NFT의 시대’,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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