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전히 "예쁘다"는 말을 듣는, 배우 김희선의 '재발견'
"예뻤다는 말보다는, 지금도 예쁘다는 말이 좋다. 예쁘다는 말을 싫어할 수 있을까요. 계속 예쁘다는 말 듣고 싶어요." 언제나 '예쁘다'라는 말을 듣고 있는 김희선이 대중에게 새롭게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냐는 질문에 들려준 대답이다. 이처럼 미모에는 변화가 없이, 한결같이 '예쁜 배우'로 손꼽히지만, 연기 행보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펼치며 매년 '재발견'되고 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 새 시리즈 '블랙의 신부'(극본 이근영, 연출 김정민)가 베일을 벗었다. 김희선, 이현욱, 정유진, 박훈, 차지연 등이 출연하는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 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다.
극 중 김희선은 복수를 위해, 욕망의 레이스에 뛰어든 '서혜승'을 연기한다. 서혜승은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과 딸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결혼정보 회사 렉스가 만들어둔 결혼 비즈니스에 동참하게 된다.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김희선은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작품이 흥하면서 OTT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우리나라만의 문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신선했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 '블랙의 신부'의 메인 소재인 '결혼정보 회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로 알려졌다. 김희선은 "사람의 등급을 매기고 조건 속에서 사랑을 찾는 모습이 속물처럼 느껴지면서도, 더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욕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서혜승은 남편의 불륜을 저지른 충격적인 이혼 요구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변한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내가 김희선인데 어떻게 바람을 피워'라는 의아함(?)이 생긴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런 비유는 그렇지만, 한 가지 음식만 평생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나"라며 "가정주부인 아내와는 다른 커리어 우먼에게 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희선은 이혼 결정을 받아들이는 "혜승이의 결정에도 공감했다"라며 "부부가 몸은 같이 있어도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아이도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낄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매달리면 더 싫어할 것 같다. 이후 서혜승이 일을 풀어가는 답답한 부분도 있었지만, 혜승이가 큰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희선과는 정반대 성격에 가깝다. 오히려 진유희 역에 도전하는 것도 신선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김희선은 "몇 살만 어렸어도 제가 진유희 했죠"라며 "감독님께서 제가 가진 환경이랑 서혜승의 남편이 자살하기 전까지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저도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운 입장이었고, 가정에 충실한 엄마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또 배신을 당하면서 약간 사이다 같은 통쾌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그런 화끈한 면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서혜승을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했는지 묻자 "너무 고구마 같은 캐릭터라서 답답하긴 했지만, 그래야 사이다가 더 잘 발휘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계략을 꾸미는 모습이 궁금증을 유발했고, 어떻게 복수를 할 것인가 궁금증, 기대를 자극했다. 그런 것을 통쾌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러브라인과 관련해서도 "나중에 형주를 위해 희생적인 면모도 보이는데, 각각 자기 욕망에 심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혜승은 다른 매력을 보여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혜승과 이형주의 감정이 발전하는 부분의 서사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김희선은 "형주와 혜승의 모든 감정을 다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랑이 이런 것이라는 감정을 보여준 것 같다"라며 "진한 멜로가 없어도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진유희와 대조된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김희선의 고민 끝에 탄생한 '블랙의 신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인터뷰 당일 기준(7/18일)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8위에도 올랐다는 사실을 언급하자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전 세계 8위라고 해도 와닿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아침마다 SNS 팔로워를 체크하는데, 그게 하루에 만 명씩 오른다. 곧 100만이 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까지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희선은 "매번 똑같은 대답을 드리는 것 같지만, 사람의 욕망은 어느 나라나 똑같지 않을까요"라며 "잘 살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욕망은 전 세계 사람 모두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희선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비밀스러운 상류층의 삶을 경험했음에도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라고 느꼈다. 그는 "좀 더 가진 것이 많을 뿐이다. 그 형주 역할 어머니를 맡은 분이 손주의 이불을 덮어주며 집이 운동장처럼 넓은 곳에서 살면 뭐 하냐고 '온기가 없다'는 말을 한다. 어쩌면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은 더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부자가 된다고 해서 제 몸이 열 개인 것도 아니고, 밥을 열 끼를 먹는 것도 아니다. 그냥 뭐 다 똑같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신선한 얼굴을 보여준 김희선이다. '블랙의 신부'는 김희선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김희선은 "첫 넷플릭스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 고민도 많았는데, 여러 부분에서 배우들에게 양보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촬영한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24년째 '재발견'이 되고 있다는 말에 대해 김희선은 "농담으로 재발견이라는 말을 계속했는데, 사실 제가 90년대에 활동할 때보다 소재가 다양해졌다. 콘텐츠 종류도 많아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40대 중반의 여배우가 됐는데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해진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외국의 다른 장르들을 시청자나 관객들이 접하셨기 때문에 그런 마인드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고,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배우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끝으로 '블랙의 신부'를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묻자 "사실 욕을 하면서 보는 작품을 예전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그러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다 욕하면서 본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은 것 같다. 그만큼 빠져들었다는 뜻인 것 같다. 우리 드라마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사이다 같은 작품인 만큼, 보고 나시면 유쾌하게 기억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블랙의 신부' 전 회차는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