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메타버스, NFT가 만드는 가상경제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면 우리는 이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편리해질까?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가졌다. 19세기 자동차 기술의 탄생은 우리에게 이동의 자유를 가져다줬고, 20세기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이 기계와도 소통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최근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 기술들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투자 시장의 논란을 만들고 있는 ‘가상’화폐가 대표적이고, 작년 한해 열풍이 분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가상’자산도 그렇다. ‘가상’의 주요 기술들은 편리함의 제공을 넘어 인류의 경제 활동과 투자의 방식조차 바꿔놓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 기술들이 만들고 있는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의 미래 모습으로 공감하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장면을 떠올려보자. 주인공 웨이드 왓츠는 오아시스라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각종 노동의 댓가로 코인을 받는다.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결제수단 또한 가상 화폐다. 주인공은 결국 자동차 경주에서 승리하여 세 개의 열쇠를 얻어 인류를 구하는데, 아마 이 열쇠는 NFT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속 모습처럼, 미래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펼쳐질 다양한 경제 활동과 부의 창출 방식은 ‘가상’의 화폐와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를 가상경제라 부른다.
해외 주요국과 연구기관은 가상경제의 개념을 속속 정의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 산하 InfoDev는 2011년 [가상경제의 기술지도(Knowledge map of Virtual Economy)]'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상경제를 ‘가상 상품, 가상 화폐, 가상 노동이 창출하는 경제체제’로 정의했다. 가상경제와 유사한 개념인 실감경제 (Immersive Economy)를 가장 먼저 정책에 담은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8년 [영국의 실감경제 (The Immersive Economy in the UK)]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 기술을 활용하여 사회, 문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체제’를 실감경제로 정의했다. 실감경제와 가상경제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결국 가상경제라는 것은 메타버스 세계의 새로운 경제체제라 할 수 있다.
나는 요즘 주말마다 가상세계의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메타의 오큘러스2라는 VR기기를 뒤집어쓰고, 해외 어딘가에서 같은 장비를 쓰고 접속한 외국인과 매번 30분 정도씩 탁구를 친다. 공을 타격할 때 느껴지는 약간의 진동과 너무나도 실감나는 그래픽 환경은 현실세계의 탁구장을 잊을 정도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활동 제약과 시기가 맞아떨어져 나는 가상세계 탁구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만약 우리나라 탁구 동호인의 절반정도가 나처럼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탁구를 즐기기 시작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상세계에서 탁구를 즐기기 위해 내가 지불한 비용은 가상 탁구 프로그램 구입 비용인 2만원 정도다. 물론 VR기기 비용을 제외하고 말이다. 내가 현실세계의 탁구장 주인에게 지불해야 할 돈을 가상세계 접속기기와 프로그램에 지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현실세계 탁구장 경제가 가상세계 탁구장 경제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의 경험과 소통, 기업의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여기에 수반되는 다양한 거래와 경제 활동이 가상 화폐와 가상 자산의 형태로 확산될 어느 시점쯤, 우리는 ‘가상 경제’를 익숙하게 언급하고 있을 것이다.
[김상윤 교수] 김상윤 중앙대 교수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기술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 모습을 제시하는 '디지털 융합 멘토'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 기관에서 메타버스, 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프로젝트와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 리치의 시대', 미래 시나리오 2022'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