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시오페아'에서 수진 역을 맡은 배우 서현진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DB

배우 서현진이 딸이자, 엄마이자, 변호사로 살아가는 '수진' 역을 맡았다. 그리고 '수진'은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수진'의 곁에는 아빠 '인우'(안성기)가 있다.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 '카시오페아'는 그 시간이 담긴다.

17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몰점에서 영화 '카시오페아'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배우 서현진, 신연식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카시오페아'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서현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안성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은 작품.

신연식 감독은 '카시오페아'를 처음 작업한 계기로 영화 '인턴'을 언급했다. 그는 "종종 시나리오를 쓰다가 영화를 보는데 '인턴'을 보며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부녀는 아니지만, 부녀 같은 느낌을 줬다. 안성기 선배님이 부녀 관계로 영화에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구상하기 시작했다"라며 출발선에 배우 안성기가 있었음을 전했다.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서현진은 '수진' 역을 맡아 알츠하이머 연기에 도전했다. 그냥 병명같이 느껴지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 극과 극으로 치닫게 되는 감정 등 그가 표현해야 할 몫은 컸다. 서현진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수진에게 영상을 찾아보며 다가갔다. 또한 그는 "주변 지인 중 알츠하이머를 겪은 분이 계셔서 제가 본 기억을 토대로 연기했다"라고 고백했다.

감정적으로 어려웠다. 서현진은 "감정 컨트롤이 전혀 안 됐다. 굉장히 역할에 많이 붙어있어서 자다 깨서 울다 잠들기도 했다. 주변 지인 중에 알츠하이머로 돌아가신 분이 계셔서 그분 생각이 많이 나서 그랬던 것도 같다. 영화 찍으면서 그분을 다시 만나는 기분으로, 만나는 과정 같이 느껴졌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성기는 주변 지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부득이하게 언론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컸다. 서현진은 안성기와의 호흡에 대해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빠(안성기)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장면이 있다. 아기 목소리가 나도, 멀쩡한 목소리가 나도 안 될 거 같았다. 촬영에 들어가고 선생님을 바라봤는데 내가 인우랑 연기하는지, 안성기와 연기를 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되더라. 처음 그런 느낌을 느꼈다. 선생님 성품이 인우에 녹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신기한 경험, 체험의 순간이었다. 생각하지 못한 톤의 목소리가 나오더라. 첫마디 아빠가 '따라해봐'라고 해서 제가 목소리를 뱉었을 때 그 목소리에 놀랐다. 누구랑 연기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었다. 저에겐 영광이었다"라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서현진은 극 중 딸 지나(주예림)의 엄마이기도 했다. 서현진은 "예림 양은 그냥 성인 배우와 다름이 없었다. 좋은 성인 배우같이, 디렉팅 없이 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예림이랑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이모가 리코더를 안 분지 30년이 됐다. 리코더를 어떻게 하면 잘 불어?'라는 말이었다. 예림이가 리코더를 녹음해서 보내줘서 거기에 맞춰서 종일 연습했다. 음악 소리가 들리니 낭만적이더라"라고 행복했던 현장 분위기를 회상했다. 영화 속 리코더 음악은 서현진과 주예림의 완벽한 호흡의 현장음이 그대로 담겼다.

신연식 감독은 '카시오페아'를 제목으로 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실 몇 년 동안 고민한 제목이었다. '카시오페아'라는 동요가 있다. 저희 아이에게 담임선생님께 가르쳐줬다. 제 아이가 똑같이 불렀다. 밝은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묘하게 들리더라. 카시오페아가 극 중 설명한 것처럼 북극성을 보고 길을 찾지만, 카시오페아를 먼저 본다. 부모와 자식, 가족의 관계가 그런 것 같다. 중요한 관계는 직접 길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길을 보고 나를 바라보게 해주고 내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관계가 가족이 아닐까 싶었다"라고 제목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영화 '카시오페아' 스틸컷 / 사진 : 루스이소니도스/트리플픽쳐스

서현진은 '카시오페아'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밝혔다. 그는 "찍으면서는 아빠와 딸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기술 시사로 본 후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구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유대에 관한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많이 싸우고, 가장 애증이 생기는 관계이지 않나. 그게 3대에 걸쳐 보여지는 것 같았다. 저희 영화가 슬픈 영화라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관객분들이 따뜻한 영화로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각박해져 버린 상황에서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영화 '카시오페아'는 오는 6월 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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