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韓 기업 대책 마련 '시급'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러시아행 물품 선적을 모두 중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 세계 해상 물류 차질이 본격화한 데다,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한 루블화 가치 하락 등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현대차는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수급난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지난 5일 삼성전자는 모든 러시아행 제품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
국내 전자·자동차업계에 러시아는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러시아 내 시장 점유율은 30%로 2위 애플(15%)의 2배 수준이다.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러시아 내 생활가전 및 TV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인근 지역에서 올린 매출은 총 2조335억원 규모다.
현대차·기아도 지난해 러시아에서 총 38만대 자동차를 판매한 주요 완성차 업체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2.6%로 현지 업체인 아브토바즈(33.8%)에 이어 2위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러시아 시장 판매량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5% 증가한 45만5000대로 잡았지만 이번 사태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아이오닉 5 진출 등 러시아 사업 계획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재가동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입장에서도 러시아는 전체 수출액이 연간 15억달러에 달해 미국,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는 물론 이와 관련된 국내 부품 업체도 사태 장기화 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관련 금융과 물류에 차질이 계속 이어지면 우리나라 수출 제조 기업 피해가 가중될 것이다. 수출 선적과 부품 수급 문제 등이 현실화하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