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kg 감량·8년 기다림·파격 베드씬…연우진은 왜 인민을 위해 복무했나
배우 연우진이 처음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제안받은 것은 지난 2014년이었다. 장철수 감독과 함께 연기 연습까지 했었는데, 제작이 무산됐다. 다시 투자·제작을 받고 개봉까지 8년의 세월이 흘렀다.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태닝부터 6kg 감량, 파격적인 베드씬 등 연우진에게 도전이었다. 연우진은 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선택했을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중국 옌롄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장철수 감독은 이를 각색하고 영화로 옮겨 개봉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연우진이 처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대본을 받은 것은 2014년이었다. 연우진은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2014) 촬영 중에 시나리오를 제안받았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장철수 감독님과 미팅을 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감독님께서 무광 역을 제가 맡아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사다리를 꺼내서 캐비닛 위에 오래된 군복 같은 체크무늬 남방을 선물로 주시더라고요."
연우진은 "파격적인 모습과 인간의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에서 작품을 해야겠다"라고 2014년에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가진 본질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사단장(조성하), 사단장의 아내 수련(지안), 그리고 취사병 무광(연우진) 이렇게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출세를 꿈꾸는 젊은 병사 무광은 사단장의 집에 취사병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사단장의 집에서 만난 그의 아내 수련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팻말이 제자리에 없을 때 자신의 방으로 올 것을 명한다. 그리고 상하 관계로 시작된 두 사람의 육체적 관계는 사랑과 욕망 사이에 놓인다.
"무광이라는 한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끊임없는 유혹을 받았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대의를 위한 슬로건이 개인의 욕망을 위한 슬로건으로 바뀌면서 그 욕망이 무광을 잡아먹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체제와 이념 속에서 강인한 군인이지만, 결국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은 나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정에 중점을 두려고 했어요."
"무광이 던져준 잣을 먹는 위병소 근무자가 무광을 마치 간부처럼 대하는 장면도 있는데요. 고향에서 무광이 아내에게 느끼지 못했던 욕망의 표출이나, 주종관계에서 벗어난 평등 등 인간의 근본적 욕망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고요. 그 뒤로 이어지는 짐승과 같은 적나라한 베드씬도 그 결을 다르게 하면서 짐승같이, 조금은 변태적으로,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쾌락의 끝에서 더 큰 쾌락을 좇는 나약한 인간을 보여주기 위한 디테일을 잡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무너지는 무광의 감정선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지만, 신체적인 노력도 뒷받침됐다. 피부는 고향인 강릉 솔밭에서 햇빛에 직접 노출한 결과물이었다. 태닝 샵에 가기도 했지만, 무광을 표현하기에 자연적인 모습이 좋을 것 같아 자연 햇빛을 마주하려고 노력했다. 체중은 간헐적 단식으로 6kg 정도 감량했다.
쾌락의 끝에 선 무광과 수련의 모습은 연우진과 지안의 호흡으로 완성됐다. 촬영하기 전 새벽까지 연우진, 지안, 그리고 장철수 감독은 대본 리딩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촬영에 돌입한 후에는 "상대 배우를 존중하며 촬영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임했다.
"촬영 현장이 어려운 장면이 많았어요. 누구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촬영 현장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팻말을 보면 저도 '존중하며 열심히 촬영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베드씬 촬영이 있는 날은 그 전날, 저와 지안 배우, 장철수 감독님, 촬영 감독님 이렇게 넷이 모여 항상 회의하고 헤어졌어요. 어떤 식으로 동선을 맞출지 미리 짜고, 그 동산을 미리 맞춰봤어요. 그리고 동선에 따른 촬영과 조명도 맞춰달라고 부탁드린 것 같아요. 어려운 장면인 만큼, 우왕좌왕하면 힘들어질 수 있으니, 준비를 많이 한 채로 촬영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무광은 20대 후반의 캐릭터다. 만약 2014년 예정대로 촬영이 진행됐다면, 무광과 연우진의 나이 차이는 별로 없었을 텐데, 촬영이 늦어지며 나이 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연우진은 작품의 깊이를 이해하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20대 무광을 표현해야 하지만, 15년 후 모습도 직접 보여줘야 했거든요. 분장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내에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제가 가장 많이 변한 게 발성이더라고요. 중후한 멋을 내기에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생각했고요. 나이 차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7일의 왕비'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마주했던 연우진은 훈남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지난 16일 첫 방송된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서른, 아홉'도 그렇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도 그렇고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사랑과 멜로의 결이 다르게 표현된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각인됐다면, 저는 만족스러운 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영화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다양한 이미지 변신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깊이 있는 연기와 제가 생각했던 가치관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광이 수련과 쾌락의 끝을 보게 되고, 그 쾌락의 끝에서 오는 공허한 기분을 연기할 때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두 사람은 그들이 벌인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그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포장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작품을 본 후, 여러 갈래로 생각이 뻗어 나갔어요.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 지금의 도전과 시간이 저에겐 굉장히 소중합니다."
그가 임하고 있는 드라마 제목처럼 연우진은 서른아홉 살이 됐다. 그리고 13년 차 배우가 됐다. 연우진은 배우로서 변함없는 "책임감"을 이야기한다.
"변화라기보다는 항상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것 같아요. '책임감 있게 다가가자'는 마음이 커요. 매 순간 그걸 지키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저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슬로건 같이, '가족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잘 복무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것 같고요. 모든 만남은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운명이 잘 다가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마흔을 앞두고 원하는 바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변화라면 소통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소통일 수도 있고, 남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소통일 수 있는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있던 것 같아요. 혼자 고민하고 혼자 답을 찾으며 살아왔는데요. 이제 그 벽을 걷어내고 자신을 올곧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