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 사진: 소니픽쳐스, 키다리이엔티 제공

"청춘이라는 그 정의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청춘의 얼굴을 보여드리고자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재미가 있다면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런 게 바로 청춘에 관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강하늘이 또 다른 청춘의 옷을 입었다. 제목부터 감성이 느껴지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가득 품고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남녀의 이야기다.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 낮은 약속을 한 이들은 애틋한 마음을 나누며 감성 무비를 펼쳐낸다.

작품 개봉 전, 강하늘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강하늘은 뚜렷한 목표도 꿈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보통의 20대 청년 '영호' 역을 맡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은 공부를 하면서 일상의 무료함을 느끼던 영호는 갑자기 초등학생 시절 만난 '소연'을 떠올린다. 소연에게 '자신을 기억하느냐'고 편지를 보낸 영호는 답장을 기다리며, 또 편지를 나누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청춘의 다양한 면면을 연기해온 강하늘. 선한 인상에 순박한 미소를 가진 그는 '영호'와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다채로운 장르를 선택하기보다, 재밌는 작품을 선택한다는 그는 자신이 지나온 청춘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냈다.

강하늘은 '영호' 그 자체였다. 극 중 영호는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서른을 앞둔 이의 성숙함을 모두 보여줘야 했다. 이미 20대를 지나온 강하늘은 자기 모습을 담아 영호를 완성했다. 그만큼 영호와 닮은 점을 찾기도 쉬웠을 터다.

"닮은 점은 공부를 못했다는 거.(웃음) 제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3수, 4수, 5수까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공방 기술로 작업장을 차린다는 영호의 꿈은 고집도 있어야 하고, 나름의 철학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고집에 대한 부분이 저랑 닮은 것 같아요"

강하늘과 천우희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강하늘은 천우희의 첫인상을 묻는 말에 "선입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간 천우희가 보여준 역할이 강렬했기 때문. 강하늘은 이번 작품에서 호흡하며 천우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알아갔다. 그러면서 천우희의 화면 장악력에 감탄했다.

"저는 '한공주'도 정말 좋았고, '곡성'도 있고, '써니'도 좋게 봤었어요. 우희 누나가 나오면 화면이 좋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누나의 팬이어서 그렇다기보다, 누나가 화면에 나오면 화면이 갖고 있는 힘이 커지는 느낌이에요. 무게감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같이 촬영하면서 더 느꼈죠"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두 남녀 배우가 마주하는 신을 찾기 힘들다. 편지가 두 사람의 매개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천우희 배우와 실제 호흡하진 않았기에, 감정 표현에서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는지 궁금했다.

"전 오히려 좋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데 감정적인 촬영을 하다보니 더 자유로워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한계치가 없어지는 느낌이랄까요. 1, 2, 3단계를 촬영하고 서로 톤을 맞춰보는 신도 꽤 있었고, 그래서 제 머릿속에서 창의력이 많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고민이라고 하면, '우희 누나가 이렇게 하실지 모르니까 이게 맞을까?' 하는 거였는데, 감독님 믿고 촬영했어요"

작품은 개봉 전부터 강소라의 특별출연으로 이목을 끌었다. 강소라는 강하늘과 드라마 '미생'으로, 천우희와는 영화 '써니'에서 만난 바 있다. 두 남녀 배우와 모두 호흡을 맞췄던 강소라는 기꺼이 특별출연에 응했다. 강소라가 연기한 '수진'은 영호의 재수학원 친구이자, 영호를 짝사랑하는 인물. 7년 만에 한 프레임에 담긴 두 사람은 여전한 케미를 자랑했다.

"소라랑 '미생' 때 만나서 친구가 됐는데 그때랑 달라진 점은, 보고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연기를 하는 모습, 맡은 바를 충실히 하는 책임감 그런 걸 이뤄낼 수 있는 재능, 그런 게 진짜 배울 게 많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도 그렇고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현장에서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미생' 때는 열심히 하고 잘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현장에서 즐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서로서로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추억을 담고 싶어했다. "나중에 돌려볼 수 있고, 다시 볼 때 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라며 빈틈이 있는 영화이고 싶다고 했다.

"분위기를 즐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요새 작품들은 한 번에 많은 걸 다 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안에 기승전결과 설명이 담겨 있는데, 저희는 '접속'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작품이 되고 싶었거든요. 우리 영화가 가진 강점이라고 한다면, 다시 봐도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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