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맛엔 농향형? 대국공장, 백주의 기준을 다시 세울 청향형 백주
중국집에서 마시던 ‘이과두주’가 ‘고량주’, ‘빼갈’ 등으로 불리며 중국 전통 술인 ‘백주(白酒)’를 대표하던 시절, 국내에서 백주는 그리 인기 높은 술이 아니었다. 이과두주의 강한 알코올 향과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 ‘백주는 가까이하기 힘든 강한 술’이라는 편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꼬치가 큰 인기를 누린 지난 2017년 이후부터 백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금은 당당히 국내 주류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백주의 비중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수입 백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태고량주’의 공이 크다. 원료나 주조 방식 등에 따라 특유의 향을 내는 백주는 향의 종류에 따라 ‘장향형(酱香型)’, ‘농향형(浓香型)’, ‘청향형(清香型)’, ‘미향형(米香型)’ 등으로 분류되는데, 도수를 낮춘 농향형 백주인 연태고량주는 농향형의 특징인 풍부한 꽃과 과일 향으로 이과두주가 만든 편견을 단번에 뒤집었다. 이후 연태고량주의 인기와 함께 국내에는 다양한 농향형 백주가 줄줄이 소개되며, 국내 백주 시장을 점령하게 되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백주 대부분이 농향형으로, ‘농향형은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백주’라는 인식을 굳히고 있다.
하지만 농향형 백주에 대한 이런 평가는 ‘이과두주’가 만든 백주에 대한 오해처럼 또 하나의 허상일지 모른다. 중국에는 약 1,600개의 백주 기업이 있는 만큼, 같은 향형이라도 제품의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손진호 교수(다빈치교양대학 와인&미식인문학)는 “21세기 전반적인 술 소비문화가 가볍고 부드럽고 우아하고 섬세한 주종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해당 주종 안에서도 그러한 브랜드를 찾아서 마시는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국공장을 비롯한 다양한 백주가 이와 같은 최신 음주 문화를 반영해 우리나라의 백주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2019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대국공장’은 중국 최고의 술 장인 8명이 최고의 백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제품으로, ‘이과두주’와 같은 청향형 백주지만 맛과 향이 전혀 다르다.
대국공장은 ‘나무에서 자란 술’이라고 불리는 중국 료닝성의 특산물 돌배를 물 대신 사용해 고체 발효한 백주다. 강한 알코올 향이 아닌 진한 돌배 향으로 코끝을 먼저 자극하는 이 술은 잘 익은 배, 멜론과 참외, 오이, 아카시아, 라임 향이 특히 돋보이며, 장향의 깊이감, 청향의 깨끗함, 농향의 화려함, 미향의 순수함을 두루 갖추었다. 손 교수는 대국공장을 “맑고 투명한 색상에 깃든 향이 향긋하고 화려하며 우아하다”라고 평했다.
대국공장은 진한 향에 이어 52도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놀라움을 전하고, 입 안 가득 퍼지는 깔끔한 단맛으로 청향형 백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손진호 교수는 “(대국공장의 맛은) 강한 알코올의 힘과 뜨거움이 장엄하게 시작되지만, 뒤이어 입안 점막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질감과 가뿐한 무게감, 감미로운 뒷맛이 미각을 진정시켜준다. 중국 백주 특유의 코를 찌르는 초산에틸향과 ‘지린내’가 없고, 날카로운 미감, 타는듯한 알코올의 강렬한 자극이 없어 부드럽고 우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청향형 백주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맛과 향을 선사하는 대국공장은 ‘백주에는 중국 음식’이라는 공식도 단번에 깨트린다. 청향형 백주 특유의 깨끗하고 산뜻한 향과 맛에 기름진 중국 음식은 물론 담백한 생선회와도 환상의 마리아주를 선보이며, 양식과 한식에도 잘 어울린다. 손 교수는 “서양 요리로는 엔초비 파스타와 살루미 핏자, 티본 스테이크와 멋진 음식 궁합을 보여 주었고, 개인적으로 기름지고 고소한 삼겹살 먹고 싶을 때는 꼭 대국공장을 선택한다”고 귀띔했다.
대국공장은 백주로는 드물게 칵테일에 활용해도 좋다. 실론티와 대국공장을 3:1로 섞은 칵테일은 가볍고 경쾌한 맛에 일명 ‘꿀주’로 통하며, 술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대국공장은 지금껏 몰랐던 새로운 백주의 매력으로, 백주의 기준을 다시 세우게 하는 술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대국공장처럼 다양한 매력의 백주를 알게 된다면, 농향형 일색인 국내 백주 시장에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국내에서도 좀 더 다채로운 백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