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 다작 배우에서 '믿보배'로…이유 있는 성장
조병규가 3연타 흥행을 이뤄냈다. 최근 가장 핫한 행보를 보여준 만큼, 인기를 실감하는 지 묻자 그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주인공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다"며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겸손을 떠는 게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이로운 소문' 종영 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조병규를 만났다. 그의 대답에선 연기에 대한 소신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가 데뷔 6년 차에 여든 작품이나 참여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를 '원톱배우'로 만들어 준 작품은 '경이로운 소문'이다. 원작 웹툰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드라마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 리메이크작에 쏠리는 우려가 있을 법했지만, 조병규는 그 우려를 첫 회부터 종식시켰다. 싱크로율이 완벽해서다.
"잘 포장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몫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감사하게 좋은 시기에 좋은 대본을 제안해 주셨고, 중요한 촬영장에서 같이 해주시는 스태프분들, 동료, 선후배 배우님들이 있어서 흥행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주연이라 큰 부담이었죠. 타이틀롤이라 저를 힘들게 사로잡았던 순간도 있었어요. 첫 촬영 전까지 밤잠을 설치면서 소문이라는 캐릭터에 매달렸어요. 소문이라는 웹툰 캐릭터를 잘 표현했는가 하면 부지기수 같다. 너무 판타지적이고 (제가) 부족한 순간들도 느꼈고, 큰 점수는 못 줄 것 같고요. 반토막 5~60점 정도 주고 싶어요"
극 중 조병규가 연기한 '소문'은 소위 선택받은 자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능력이 알고보니 악귀 잡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소문은 인간사를 흐트러뜨리는 악귀를 잡는 카운터에 합류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서다. 그렇게 소문은 히어로로 성장한다.
"저는 소문이의 성격이 판타지스러웠다고 생각했어요. 웹툰에 나온 인물이기 때문에 사실 적인 것과 판타지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 했어요. 약자인 소문이가 강자한테 정의로운 소리를 내고, 약자가 약자를 돕는 게 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있었죠. 소문이의 심리를 최대한 이해하고 만화적 대사를 어찌하면 오그라들지 않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심도를 기울였어요"
조병규는 '소문' 역을 위해 비주얼적 노력도 기울였다. 유준상이 체지방 3%를 만드는 동안 조병규도 벌크업 하던 몸을 내려놓고 10kg이나 감량했다. 날렵한 액션이 필요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유약한 소문이의 모습을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드라마 촬영하는 동안에는 아무리 먹어도 찌지가 않더라구요. 에너지 소비가 많아서 먹어도 오히려 빠지더라고요. 결과적으로 13kg 정도 빠진 상태로 종영을 맞았어요. 개인적으로 액션을 할 때 (가벼운 몸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스피드도 빠르고 몸이 가벼워져서 점프력도 좋고요. 다만 밤이 되면 피곤하고 액션을 오랜 시간 하면 지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웃음)"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으로 존경하던 선배 유준상과 호흡을 맞췄고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그에게 남다른 작품으로 남을 법 하다.
"배우 생활을 꾸준히 하며 지치는 순간, 외로워지는 순간에 일으켜줄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아요. 너무 좋은 기억들이라 조병규에게 큰 뿌리가 되어 있어요. 현장이라는 건 행복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큰 뿌리, 초석이 다져졌고, 힘들고 무너지고 외로운 순간이 왔을 때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데뷔 6년 차인 그는 벌써 80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했다. 10년 차 배우들도 힘든 필모를 완성했다. 그는 역할의 경중에 상관없이 주어진 캐릭터에 혼신을 다했다. 점점 '소문'처럼 만능이 되었다. 너무 열심히 달리기만 한 그에게 원동력이 뭔지 물었다. 조병규는 '현장에서 나오는 에너지'라고 답했다.
"많은 분들이 '휴식기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얘기하세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는 되는데 작품을 한다는 게 체력적, 정신적 소모도 있지만, 동료들과 만들어 냈을 때 나오는 에너지로 충전 받기도 하거든요. 그런 경험이 굉장히 (의미가) 커요. 인간 조병규로서 취미가 크게 없다 보니까 옛날에는 취미가 없는 게 불쌍하다는 자기 연민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렇기에 연기에 더 몰두할 수 있었어요"
조병규는 2020년이 자신에게 '경이로운 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21년은 그에게 어떤 해가 될까. 지난해와 올해를 발판 삼아 '배우 조병규'로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굳이 정의를 내려본다면 '무한도전해'를 꼽고 싶어요. 도전을 끊임없이 해보고 싶거든요. 연기적이든 역할적이든 한계가 있는 장면에 대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드라마 영화를 하고 싶어요. 저는 사실 연기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제가 주인공을 주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솔직히 단 한 번도 없어요. 20~30년 후에나 기회가 오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겸손한 태도가 아니라 정말 그랬어요. 그 시기가 빨리 찾아온 게 기적과도 같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더욱 한 작품씩 촬영할 때 행복한 기억들만 있고, 한 신 한 신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그래서 목표를 꼽자면 오래오래 드라마와 영화, 혹은 연극을 하고 싶고,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