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삶을 보듬는 치유의 소설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
홍상화 저 | 한국문화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이가 많은 요즘, 상처받은 사람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듬어줄 치유의 소설이 출간됐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조명하며, 시대의 그늘에서 상처 입고 부서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홍상화 작가의 작품집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이다.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은 한국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서사의 중요한 밑그림으로 깔고 있는 8개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집은 원래 ‘능바우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2000년에 출간되었던 것을 작가가 2년 전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을 기리는 마음에서 재구성해 선보였다. 사실상 김윤식 선생에 대한 헌사이자 작가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되새기는 새로운 다짐의 선서이기도 하다.
‘인생의 무늬’는 전쟁, 욕정, 열정, 사랑, 기적을 주제 삼아 뜨겁고 신산한 인생의 무늬를 만들어 보여주는 작품으로, 또 다른 수록작인 ‘능바우 가는 길’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피란지였던 능바우에서의 시간에서 50년 세월이 지나, 이제 소설가로서 명망을 얻은 주인공이 멀고 먼 킬리만자로까지 날아갔다가 결국 능바우로 귀환하는 서사 구조가 분단의 현실 속에서 펼쳐지며, ‘세월 속에 갇힌 사람들’과 ‘어머니’, ‘유언’, ‘외숙모’ 모두 분단의 현실과 그 아픔을 소환한다.
한국에서 실패한 삶을 살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미국으로 간 두 남성의 이야기인 ‘독수리 발톱이 남긴 자국’은 냉혹한 삶의 법칙을 그려내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하나의 힘으로서의 우정을 보여준다. 실패한 사업가의 삶을 통해 처절한 한국의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모든 희망의 근원으로서의 가족애를 드러낸 ‘겨울, 봄, 그리고 여름’ 역시 한국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화두가 되어 펼쳐진다.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은 한국 사회의 모든 상처와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껴안고 아파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것이 작가가 오랜 고투 끝에 체득한 “상처투성이의 지난 역사를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작품집 말미에 실린 정호웅, 김인숙 두 작가의 글은 작품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인간을 꿰뚫어 보는 혜안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난폭한 시대를 따스하게 위로하는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은 긍정적인 삶의 철학과 작가 특유의 서정으로 큰 공감을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