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닛케이 트렌디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든 요즘,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비대면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배달 음식 어플, 온라인 교육 어플, 인터넷 쇼핑 사이트 등이 인기를 얻었다.

매년 그해의 히트 상품을 랭킹 형식으로 공개하는 일본의 월간지 닛케이 트렌디(日経トレンディ)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례없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일본 또한 집과 '절친'이 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내 2020 히트 상품 베스트 30 / 그래픽=장지은

1위인 '귀멸의 칼날'은 귀여운 캐릭터와 상반되는 잔혹한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만화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역대 일본 개봉 영화를 통틀어 최단기간 흥행 수입 100억 엔(약 1,085억 원)을 달성하며 어마어마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도쿄의 랜드마크인 '도쿄 스카이트리'까지 지난 10월 한시적으로 '귀멸의 칼날'의 상징색인 붉은 색으로 점등하는 등 가히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1위로 등극했다.

2위는 '마스크 소비'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마스크는 올해 일본 내에서만 5,000억 엔(약 5조 4천억 원)의 관련 시장 형성으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중교통 승차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관련 시장은 내년에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위의 '모여라 동물의 숲' 이하로는 AI, IT 기기와 관련 콘텐츠의 높은 지분이 눈에 띈다.

'모여라 동물의 숲'은 닌텐도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가상의 마을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일본 내에서 출시 10일 만에 26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가상의 공간에서 귀여운 캐릭터로 지낼 수 있다는 점이 현대 사회에 지친 소비자들의 니즈와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5G AR 글래스 'U+리얼글래스' / 사진제공=LG유플러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상 현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LG U+가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활용한 AR(증강현실) 글래스인 'U+리얼글래스'를 출시한 바 있다. 리얼 글래스는 안경을 쓰듯 착용하면 눈앞에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4위를 수상한 화상 어플 'Zoom'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줌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회의에 최적화되어 이번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닛케이 트렌디의 "회의용 툴이지만 수업이나 회식에 파급을 미침"이라는 참신한 이유 속에서 회식을 넘어 다양한 모임에도 줌이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6위의 AirPods Pro, 7위의 '모바일 주문' 또한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했던 올해의 양상을 보여준다. 일본 내에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주축으로 모바일 주문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맥도날드 모바일 주문' 서비스가 올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맥도날드가 드라이브스루 플랫폼인 '맥드라이브' 이용 차량이 올 상반기에만 2,000만대를 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13위에 안착한 '링 피트 어드벤처'는 게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빌려 현실의 나를 훈련할 수 있는 콘텐츠다. '링콘'이라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손쉽게 '홈트'를 즐길 수 있어 외출하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히트 요인으로 이어졌다.

사진출처=popin aladdin 홈페이지

15위에 빛나는 'popin aladdin'도 있다. 빔프로젝트와 스마트 전등을 결합해 번거로운 배선 문제를 해결한 상품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넷플릭스 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활용은 16위의 '스마트폰 증권'과 18위의 'note'로 이어진다. '스마트폰 증권'은 초심자와 젊은 층을 타켓으로 한 증권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note'는 기존의 블로그 형식에서 진화해 크리에이터가 투고한 글이나 그림 등을 매거진 형식으로 묶어, 양질의 콘텐츠를 유료 형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한 '미디어 플랫폼'이다.

19위는 '온라인 진료'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초진 환자의 온라인 진료는 금지되어 있었으나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올해 3월부터 경증이나 무증상 감염자에 대해 조건부로 가능해졌다.

이러한 온라인 진료는 온라인 헬스케어 시장과 어우러질 수 있다. AI를 기반으로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 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가 11월 2일부터 보건소를 통해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펠티어 소자 쿨러 / 사진출처=닛케이 트렌디 홈페이지

22위에 있는 '펠티어 소자 쿨러'는 낯선 어감이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 '펠티어 소자(Peltier素子)'란 접합한 다른 두 금속에 전류를 통하면 접합부가 냉각하는 현상을 이용한 냉각기로,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미니 냉장고 '비스포크 큐브'에 사용됐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 중이다.

24위의 '무관중 라이브'는 앞서 소개한 가상 현실과 관련이 깊다. '테스형' 돌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을 흔들어 놓은 나훈아의 공연이 바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아직은 CG를 통해 무관중의 공백을 메우는 단계지만,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을 통합한 XR(확장현실)의 발전으로 곧 안방에서 유명 가수의 라이브 현장을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전대미문의 질병과 4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맞물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AI 발전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이맘때쯤에 발표될 랭킹에는 또 어떤 차세대 기술이 있을지 기대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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