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늘어난 ‘만성 질환’과 부실한 ‘보건 체계’가 키웠다
코로나19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이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한 만성 질환과 부실한 보건 체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이 16일 발표한 ‘국제 질병 부담 연구(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보고서에 따르면, 꾸준히 증가해온 비감염성질환(NCD)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사회적 불평등이 더해진 ‘신데믹(syndemic)’이 발생하여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가 204개국을 대상으로 전 세계 인구의 기저 건강 현황을 조사해 작성했으며, 연구진은 만성 질환의 세계적인 위기와 부실한 공중보건체계로 예방이 쉬운 위험요인마저 증가세를 꺾지 못해 코로나19와 같은 급성 응급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IHME 소장인 크리스토퍼 머레이(Christopher Murray) 교수는 “이들 위험요인은 대부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할 뿐 아니라, 해결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건강하지 못한 식사 습관이 아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공중보건 및 생활습관 연구에 대한 정책이나 재정지원이 미흡한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랜싯의 편집장 리처드 호튼(Richard Horton) 박사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무려 100만 명을 넘어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닌 비감염성 질환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도 각국의 건강 상태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빈곤, 주거, 교육, 인종처럼 건강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사회 불평등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 수명은 1990년과 2019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6.5% 이상 늘어났지만, 이번 연구에서 평가한 총 204개국 중 198개 국가에서는 전반적인 기대수명 증가세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해당 국가 국민들의 유병 기간이 길어졌다는 의미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질병 부담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장애’로 1990년 21%를 차지했으나 2019년 34%를 차지해 그 비중이 커졌다. 장애보정생존년수의 절대적 증가치를 기준으로 과거 30년간 전세계적으로 건강손실을 증가시킨 10대 요인 중에는 허혈성 심장질환(장애 보정 생존 년수 50% 증가), 당뇨병(148% 증가), 뇌졸중(32% 증가), 만성 신장 질환(93% 증가), 폐암(69% 증가), 노인성 난청(83% 증가) 등 주로 고령층에 영향을 끼치는 장애 원인이 6개나 포함됐다. 그 외에 10대 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장애 원인으로는 HIV/AIDS(128% 증가), 근골격계질환(129% 증가), 요통(47% 증가), 우울장애(61% 증가)가 꼽혔다.
연구진은 지난 10년 동안 비만, 높은 공복혈장포도당, 알코올 사용, 약물 사용 등 예방 가능한 각종 위험에 대한 노출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0.5% 이상 증가해 비감염성 질환의 부담이 커졌다고 밝히며, 공중보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후, 선진국보다는 개발 정도가 낮은 국가에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증가가 더욱 빨랐다. 이는 이들 국가가 소득을 늘리고 교육 기간을 연장하고 가족계획을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발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껏 간과되어왔다고 지적하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광범위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경제 성장 촉진과 교육 기회 확대,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과 전략 강화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