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순우리말 고유어 지명은 11,771개…가장 긴 지명은 ‘옥낭각씨베짜는바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국토지리정보원이 전국의 고시지명 약 10만 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시지명이란 공간정보관리법 제91조에 따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결정한 지명을 뜻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분석 결과, 순우리말로 이루어진 고유어 지명은 11,771개, 한자어는 45,961개, 혼합어 지명은 17,657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은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의 ‘옥낭각씨베짜는바위’였다. 고유어 지명 중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새로 마을이 생겼다”는 의미의 ‘새터’로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을 비롯해 전국에 273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를 이어서 ‘절골(142개)’, ‘새말(110개)’, ‘안골(96개)’, ‘큰골(68개)’, ‘뒷골(66개)’ 등이 많이 쓰이는 고유어 지명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한자어 지명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뜻의 ‘신촌(新村)’이 263개로 가장 많았으며, ‘신기(新基, 192개)’, ‘평촌(坪村, 138개)’, ‘송정(松亭, 126개)’, ‘내동(內洞, 119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게, 상점 등을 의미하는 한자 ‘점(店)’과 고유어인 ‘말(마을)’ 합쳐진 점말(店말)과 같은 혼합어 지명 중에는 ‘양지말(陽地말)’이 97개로 가장 많았으며, ‘점말(店말)’과 ‘장터(場터)’ 순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명의 종류를 나타내는 속성도 고유어와 한자어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마을의 경우 ‘말’, ‘골’, ‘실(室, 實)’, ‘촌(村)’, ‘뜸’ 등으로 나타나고, 산의 경우에는 ‘뫼’, ‘봉(峰)’, ‘오름’ 등으로, 고개는 ‘치(峙)’, ‘티’, ‘재’, ‘현(峴)’, ‘령(嶺, 岺)’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을을 나타내는 지명 중 뒤에 골이 들어간 지명은 6,127개로, 촌(村, 2,701개), 말(2,049개), 곡(谷, 1,599개), 마을(487개), 뜸(146개) 등이 들어간 지명보다 월등히 많았으며, 6,127개 중 ‘뒷골’, ‘안골’ 같은 고유어는 2,854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을 나타내는 지명 중에는 고유어 지명이 한자어 산 지명(3,985개)이나 혼합어 지명(823개)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의 ‘활뫼(弓山)’와 같은 ‘뫼’나 제주도의 기생화산 ‘오름’이 들어간 고유어 지명은 161개에 불과했다.
또한, 같은 이름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산 지명은 ‘남산(南山)’으로 전국에 101개가 있으며, 봉우리는 국사봉(國師峰)으로 80개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산과 봉우리의 구분 없이 모두 산으로 통용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최근에는 외래어 지명을 사용하는 등 지명을 상품화하고 상업화하려는 경우도 있으나, 여전히 우리의 고유 지명이 지역별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흥미로운 유래를 가진 지명도 많이 있다고 밝혔다.
순우리말인 ‘장승’은 “돌이나 나무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서 마을 어귀나 길가에 세운 푯말로, 이정표 또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장승’과 관련된 지명은 전국에 39곳이 있으며, 이는 우리의 생활과 삶이 지명에 그대로 녹아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사공호상 원장은 “한글날을 맞아 전국의 지명을 유형별로 파악해 본 결과, 한자 문화의 영향으로 고유어 지명보다 한자어 지명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라면서, “앞으로는 고유어 지명을 지명제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및 보전하기 위해 전국의 미고시된 지명, 국토개발로 인해 사라진 고유 지명의 발굴과 일본식 지명 등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의 고시지명에 관한 위치, 유래 및 발간 책자(지명유래집) 등은 국토지리정보원의 국토정보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