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삶에 작은 위로를 전하는 스님들의 극한 도전, 영화 ‘아홉 스님’
2019년 11월, 한국 불교 역사상 전례 없던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홉 명의 스님이 정진을 위해 90일간의 ‘천막 동안거(冬安居)’를 시작한 것이다. 불교에서 ‘안거(安居)’란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한 채 정진하는 수행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상황에 도전하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담아낸다. 난방 기구 하나 없는 천막에서 아홉 명의 스님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옷 한 벌, 양치 이외 삭발이나 목욕 불가, 외부 접촉 불가, 묵언, 그리고 이를 어길 시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살벌한 일곱 가지의 규칙과 함께 90일의 참선을 시작한다.
스님들은 이번 천막 동안거가 “알고서는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극한 상황에 묵언 수행까지 더해진 상황은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었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앓는 소리마저 참아낸 스님들의 모습은 종교를 뛰어넘어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스님들이 처한 극한 결핍의 상황은 모자란 것 투성이라고, 끝없는 불평을 늘어놓았던 우리의 삶이 실상은 얼마나 풍족한가를 깨닫게 한다.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매 순간 인내하며,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스님들의 위대한 도전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화가 마냥 무거운 것은 아니다. 배고픔과 추위 등 동안거를 하며, 힘들었던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는 스님들의 모습은 한층 친근하게 다가와 빙긋 미소 짓게 하며, 묵언 수행을 하는 탓에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하루 한 끼밖에 먹을 수 없는 공양마저 건너뛰었던 사건 등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모든 시련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90일을 보내는 스님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영화 ‘아홉 스님’은 지난 27일 개봉해 벌써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요즘, 더 뭉클하게 다가올 스님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지금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