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을 변하게 한 그녀들의 유쾌한 반란! 영화 ‘미스비헤이비어’
1951년 영국 회사 주관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스월드’는 한때 전 세계인의 축제로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달 착륙과 월드컵 결승보다 더 많은 1억 명이 지켜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1970년 ‘미스월드’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대회 최초의 흑인 ‘미스월드’가 탄생한 대회였을 뿐만 아니라, 미스월드 생방송에 잠입해 여성의 성적 대상화와 성 상품화 반대를 외친 여성들의 반란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졌기 때문이다.
1970년 ‘미스월드’에서 벌어진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 ‘미스비헤이비어’는 정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듯한 두 그룹의 여성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다각적인 시각에서의 ‘평등’을 조명한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회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세 사람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당시 전 세계 신문 1면을 휩쓴 ‘미스월드’ 사건을 주도한 여성 운동가이자 역사가 ‘샐리’(키이라 나이틀리)와 페미니스트 예술가 ‘조’(제시 버클리)는 여성해방 운동의 불씨를 댕겼다고 평가받는다.
영화에서 여성 운동가 대표로 TV 토크쇼에 출연한 샐리는 “우리는 미스월드에 참가한 여성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려는 사회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며, 여성의 적은 여성이 아님을 강조한다. 또한, ‘미스월드’ 폐지 주장이 너무 감정적이고 청교도적이라는 반론에 “값을 매기기 위해 체중과 치수를 재고, 공개 검사를 하는 다른 유일한 장소는 가축시장뿐”이라고 일갈하며, 여성에 대한 관념과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스월드’ 사건 이후 샐리는 런던 대학교의 근대사 교수로 임명되어 남성 중심의 학문 사회를 변화하는 데 일조해왔으며, '조’는 산파 자격증을 지닌 의료인으로 활동하며 주부들을 억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 여전히 맞서고 있다.
1970년 미스월드에 참가해 역사상 처음으로 ‘미스월드’ 타이틀을 거머쥔 최초의 흑인이자 최초의 미스 그레나다인 ‘제니퍼’(구구 바샤-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이겨낸 성공한 흑인 여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녀의 원래 꿈은 언론인이었지만, 이후 캐나다 주재 그레나다 고등 판무관에 임명되어 고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영화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진정한 자유를 외친 여성들의 반란을 리드미컬하게 그려내며, 보는 이에게 유쾌함을 선사한다. 영화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산만한 점과 극의 몰입도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급작스럽게 끝나는 결말이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다룬 영화는 한 번 볼 만하다.
1970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영화 ‘미스비헤이비어’는 5월 27일 개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