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스틸러] 유재명, 같은 얼굴 속 다른 아우라…신스틸러 아닌 '믿보배'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신스틸러'로 손꼽혔던 유재명. 이젠 신을 스틸하는 수준이 아닌 하나의 작품을 이끄는 '믿보배'로 거듭난 그가, 또다시 인생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다.
유재명은 참 쉼 없이 달려온 배우다. 2001년 영화 '흑수선'의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2010년대 중반까지 조연과 단역으로 대중과 만났다. 이후 2015년 출연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 아빠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더니, 2017년 '비밀의 숲'에서는 검사 캐릭터를 맡아 댄디한 비주얼 속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선과 악을 유연하게 오갔다.
특히, 2019년은 유재명에게 주연 배우의 입지를 견고히 한 해다. '비밀의 숲'을 통해 장르물 최적화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tvN '자백'에서 이준호와 대립과 공조를 오가는 캐릭터 '기춘호' 역을 맡아 작품의 선봉에 섰다. '자백'으로 미니시리즈 첫 주연을 맡은 유재명은 "중요한 역할을 맡아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다. 그걸 잘 이기는 것도 배우의 몫인 것 같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극판에서부터 다수의 드라마, 영화에서 보여준 유재명의 연기력은 빈틈이 없었다. 유재명은 10년 전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진실을 파고들며, 극 중 변호사 '최도현' 역을 맡은 이준호와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대립과 공조를 넘나들며 쫄깃한 텐션을 자아낸 두 사람의 연기 시너지는 의외의 브로맨스를 만들며 '도춘커플'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유재명은 '자백' 이후 영화 '비스트'와 '나를 찾아줘'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기 위해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형사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다. 극 중 유재명은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가담한 형사 정한수(이성민)의 라이벌 '한민태'로 분했다. 또한, '나를 찾아줘'에서는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영애와 열연을 펼쳤다.
'믿보배'끼리 만난 덕일까. '비스트' 속 유재명은 극 중 이성민과의 경쟁 속 점점 타락해가는 한 인간의 변화를 눈빛만으로 표현했고, '나를 찾아줘'에서는 일상적이면서도 극악무도한 캐릭터의 간극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캐릭터 소화를 넘어 그 자체로 변하는 듯한 유재명. 그런 그가 '이태원 클라쓰'에서 '인생캐'를 경신하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캐릭터 소화에 부담이 컸을 터. 하지만 유재명은 원작 속 장회장과는 또 다른 포스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요식업계의 대가 장가그룹의 창립자인 장대희 회장을 연기하는 유재명은 특유의 풍채로 단단한 악역 캐릭터를 그려냈다.
그는 눈엣가시인 박새로이(박서준)를 무너뜨리기 위해 훼방을 놓으면서도 그의 반격을 기회로 삼는 영리한 악인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매료했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더해진 배우들의 열연 시너지는 시청률로 증명됐다. 첫 방송 시청률 5%(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로 시작해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이태원 클라쓰'는 지난달 29일 방송된 10회 시청률이 14.8%를 기록, 분당 최고 시청률은 17.1%까지 치솟았다. '인생캐 경신'이라는 말에 '인생작 경신'이라는 말까지 나올 기세다.
브라운관을 통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유재명은 작품 촬영 중에도 꾸준히 차기작 소식을 전했다. 올해에만 영화 '킹메이커 : 선거판의 여우'와 '소리도 없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최근에는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거침없는 스크린 진격을 예고했다. 이처럼 매 작품마다 빈틈없는 연기로 '믿보 보는 배우' 반열에 오른 유재명이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을 찾아올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