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손들어준 이명희·조현민…조현아 1.47%포인트 차로 밀렸지만 안갯속
입장문 내 '조현아' 우군 자처…조현아 승기 잡은 듯하다 다시 원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외부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을 손에 쥐는 듯한 분위기였으나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은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작년 12월23일 '남매의 난'이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로 이 고문과 조 회장의 불협화음이 보도되면서 외부 대주주를 동원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주총에서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돌연 이 고문과 조 전무가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판세가 틀어졌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유리한 입장이라는 보도들이 나온 것은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씨가 격력한 다툼을 벌이면서 창문이 부서지고, 바닥엔 깨진 도자기 조각들이 널려있는 등 집안싸움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조현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한진그룹에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왔다.
고문과 조 전무는 입장문을 통해서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이 같은 입장을 내놓으며 외부 세력과 손 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돌아선 모습이다. 앞서 조 회장대 모녀의 1:3 구도가 깨진 것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을 공동 보유하기로 하고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편을 들면서 현 경영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혀 주총 전 외부 세력 동원에 따라 회장 자리를 지킬 수 없었던 상황에 놓였던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큰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다.
조 회장 본인이 보유한 지분은 6.52%로, 이 고문(5.31%)과 조 전무(6.47%)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로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조 회장은 일단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의 지분까지 합하면 33.45%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아 '연합군'의 지분과 1.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국민연금(4.11%)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와 소액 주주 및 우군 확보의 변수는 여전하다. 가족 중 한명만 돌아서도 조 전 부사장이 다시 승기를 잡게된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 등 여론전에서는 조 회장에게 밀릴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이 어떤 '반전 카드'를 들고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우군 지분이 1.47% 격차 밖에 나지 않는 다는점에서 모녀 중 한명만 조현아 부사장의 손을 들어주면 또다시 판세는 바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