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악화에 정유사 4분기 실적 '빨간불'
정제마진 18년만에 마이너스 기록
국내 정유사 4분기 실적 당초 예상치 하회 전망
지난달 정제마진이 18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돌아 정유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2달러로, 전주 대비 1.1달러 증가했다.
앞서 지난달 셋째주에는 -0.6달러의 정제마진을 기록한 뒤 -0.9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주 평균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것은 200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나 경우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임, 동력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뜻한다. 정제마진이 하락하게 되면 제품을 팔아도 수익이 감소하거나 손해를 볼 수 있어 정유사 실적과 직결된다.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정제마진 1달러 하락 시 2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달러를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원유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정제마진은 10월 2.8달러까지 급락하더니 지난달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정제마진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정유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도 정제마진 하락을 부추겼다. 당초 업계는 IMO 2020을 앞두고 해운사들이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 수요를 늘리면서 정유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 "IMO 황함량 규제에 따른 선제적 효과 기대되었던 정유는 중국과 인도 수출 확대에 따른 역내 정제마진 하락했다"며 "중동산 원유 OSP(프리미엄) 강세, 유조선 운임 상승 등으로 의미 있는 개선세를 이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도 당초 예상치를 밑 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연구연은 "석유 정제마진 하락과 PX 등 아로마틱 마진 급락 등으로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실적은 당초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에쓰오일의 정유부문 영업익은 시장 정제마진 약세와 사우디 원유 프리미엄 강세, 운임 상승 등으로 당초 기대와 달리 전분기 대비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