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커진 HDC현산 정몽규호…"시너지 강화 기대"
상반기 기준 현산 매출 2조3301억, 아시아나항공은 3조4685억
면세점, 호텔 등과 항공과 유통(아이파크백화점) 시너지 기대
일각에선 부채비율 등 '승자의 저주' 우려, 인수가 2조 재무구조 정상화에 투입 전망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의 미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가 확정될 경우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면세점과 호텔·리조트 등으로 몸집을 키우던 사업 구조가 항공이란 새로운 산업군으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자금난에 빠졌던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만나면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며 자금난에 시달린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출범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으로 안기게 됐다. 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매각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입찰에 참여했던 3개 컨소시엄 중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게 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을 해야 하는 관계로 딜이 최종적으로 종료되는 데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진행된 매각 본입찰엔 ▲HDC-미래에셋 컨소시엄 ▲애경(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서류를 냈다. HDC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 가량을 써냈다. 1조7000억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진 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을 크게 앞선 가격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그룹 전반을 유동성 위기로 몰로 간 책임으로 지난 3월 사퇴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그룹 확장에 돈줄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재정이 악화됐고, 올 한해만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이 1조3013억원에 달한다. 또한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사상최대인 1144%를 기록했다. 전년(814%) 대비 330%포인트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HDC도 승장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HDC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 중 2조원 가까이는 재무상태 정상화에 쓰일 전망이다. 이번 매각은 인수자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6868만8063주·구주)와 새로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구주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가는 반면 신주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돼 경영정상화에 쓰인다.
KDB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에게도 좋은 상황이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와 대출·지급보증 등 약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신주 발행으로 재무상태가 정상화되면 자금 회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단숨에 국내 항공업계의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어, 항공업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산업에 뛰어들었고, 올해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의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을 인수했다.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자동차, 조선·해운업을 영위하고 있는 범(汎)현대가의 항공업 진출이란 의미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유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1차 매각이 유찰되면, 2차 매각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금호산업이 유찰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본협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분리 매각 여부도 논의될 수 있다. 채권단은 사업 시너지와 매각 가치 극대화를 고려해 '통매각' 원칙을 고수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에어서울·에어부산 등의 자회사를 떼어 내 팔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