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경제가 뜬다! 귀찮은 일 대신 해주는 제품 및 서비스 인기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움직이기 귀찮고 힘이 들면서 ‘누가 나 대신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시기다. 그런데 실제로 이 바람이 현실이 되고 있다. 나 대신 누군가가 일해주는 경제 현상, 바로 2014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게으른 경제(Lazy Economy)’다.
‘게으른 경제’란 현대인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 하고싶지 않거나 귀찮은 일은 줄이고, 하고싶은 일에 시간을 더 소비하려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게으른 경제는 가전제품이나 대행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3월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중국 대표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양말 세탁기, 창문 자동청소기, 1인용 훠궈 등 란런상품 매출이 약 2조 7천억 원에 달했다. 코트라(KOTRA)는 2018년 10월 기준 미국의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가 약 20조 원이며, 향후 5년간 연평균 7.5%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시작된 ‘게으른 경제’가 국내에서도 시장 규모를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집안일 대신 해주는 가전제품
사람들은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전제품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게으른 경제의 선두주자 로봇청소기는 사람 손을 대신하는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앱을 이용하여 원하는 장소에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남는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고 여가 생활을 즐긴다. 에코백스 디봇 오즈모 900 등 국내 문화에 맞춘 물걸레 기능과 알아서 집안 지도를 그리는 LDS 센서 등을 탑재하며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보급화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식기세척기도 주방 일손을 덜어주는 제품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이번 1분기에만 식기세척기 약 5만대가 팔렸으며, 올해 30만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식기세척기 구매자들은 설거지하는 시간에 세척기를 돌려놓고, 즐겨 보는 넷플릭스 한 편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좋아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귀찮은 일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
다음으로 사람들은 귀찮은 일을 대신해 줄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게으른 경제의 대표 서비스는 배달 앱이다. 배달 앱은 직접 주소를 불러주거나 사러 가지 않아도 클릭 몇 번으로 집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배달 앱 거래 규모를 2013년 3347억 원에서 2015년 1조5065억 원, 2018년 3조 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5년 만에 약 9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은 ‘폴바셋(커피)도 우리 민족이었어’, ‘배스킨라빈스(아이스크림)도 우리 민족이었어’ 등의 광고를 진행하며 커피, 아이스크림, 팥빙수 등 디저트 분야까지 배달을 확장했다.
청소 세탁 등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대리주부’, ‘미소‘, ’홈마스터’ 등 홈클리닝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홈마스터는 가사 전문 도우미의 사진과 경력 등을 공개하고, 청소 교육을 시키면서 믿을만한 전문가를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1위 업체인 대리주부의 2018년 기준 누적 거래액은 530억 원에 이른다. “다른 곳은 청소해도 화장실 청소만은 못하겠다”, “집안일 할 시간에 맞벌이로 일하느라 종일 나만 기다린 아이들을 놀아주는 게 낫다”는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게으른 경제의 호황은 계속될까
게으른 경제는 1인 가구뿐만 아니라 맞벌이나 아이를 둔 가정에서 반응이 좋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12년 사이에 성장기를 보낸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의 사회진출이 시작되어 잠재 고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앱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방문 서비스 관련 범죄 등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방문 서비스의 안전성 확보, 서비스 제공자의 처우 문제를 견지한다면 지속적인 시장 규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