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자화상에 화가의 심리가 투여되다...'화가의 심리세계'
화가가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은 자화상이다. 자화상을 통해 작가의 심리를 느낄 수 있을까?
신간 '화가의 심리세계(학지사)'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부터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렘브란트, 고야 등을 지나 19세기의 마네, 고흐 등과 20세기 현대 화가 뭉크, 에곤 쉴레 등의 35명 화가들의 심리 상태를 자화상을 통해 분석한 책이다.
대부분 거론된 화가들의 자화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어둡고, 외롭고, 우울한 표정이다. 젊은 시절의 렘브라트 자화상을 제외하고 불안한 심리가 들어난 고흐의 자화상, 냉소적인 시선의 고갱 자화상, 외롭고 고독한 뭉크의 자화상 등은 예술적인 활동을 했던 화가의 불행하고 불안하고 외롭던 심리를 느낄 수 있게 한다.
35명의 화가들은 대부분 가난과 우울 속에서 고통 받는 삶을 보냈다. 그 삶에 대한 심리가 자화상을 통해 불행한 삶의 단면으로 화폭에 담기게 되고, 또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달래며 위안을 삼았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창조적 작가와 백일몽'에서 “행복한 인간은 결코 몽상하지 않는다. 오로지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만이 몽상에 빠진다”고 단언했는데, 이 말은 창작 활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예술가들에게 하는 말같다.
'화가의 심리세계' 저자인 이병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전 한림대 교수)는 “천재화가들일수록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남다른 고통과 갈등을 겪었으며, 그런 갈등의 해소책으로 수많은 자화상을 남긴다”라며 “그들의 자화상을 통해 창조적 주체인 화가들의 은밀한 내면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시대적 간격을 뛰어넘어 인간적 고뇌의 승화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책의 출간 의도를 말했다.
자화상에 숨겨진 화가들의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좋은 책 '화가의 심리세계'를 통해 감수성이 유달리 민감하고 성격적으로 예민한 예술가들의 심리 속으로 여행을 추천한다.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적 욕망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화가들, 그들의 갈등이 오히려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증은 예술을 만들고, 예술은 신경증을 낫게 한다”는 명언을 남긴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로아의 놀라운 심리학적 혜안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